양산이 빙글빙글

한여름 첫 러닝

by 연어포케

2024.07.01



러닝을 나갔다기보다는 가벼운 동네 마실에 가까웠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볕 짱짱한 오후 4시에 집을 나섰다.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반팔 차림으로 얼굴에만 선크림을 발랐다. 왜 그랬지.


공원에 오면 기분이 좋다. 나무가 많아서 그런가? 새가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둘기와 까치 무리를 발견했다.

내가 조류학자였다면 그들의 언어로 “정모 중이신가요?”라고 한마디 건넸을 텐데. 진짜 정모 중이었다며 말을 걸어오면 어쩌지. 생각해 보면 곤란한 일이다. 이어나갈 주제가 마땅치 않았을 거야.

내가 조류학자가 아닌 건 다행인 일!


러닝트랙은 한산했다. 한참 앞에는 노란 양산을 쓰고 가는 모녀, 내 앞에는 남색 양산을 쓰고 가는 아이. ‘다들 이렇게 자외선 차단에 진심인데. 왜 선크림도 제대로 안 바르고 나온 거냐.’ 다시 잔소리가 시작될 무렵, 노란 양산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남색 양산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역시 재밌어 보이는 건 같이 해야지. 그렇지. 하면서 얼렁뚱땅 마무리된 한 여름 첫 러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