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하면 하지! 운전만 빼고....
“땡! 지금 중앙선 밟았지예. 실격입니데이. 일단 출발했으니 연습한다 생각하고 좀 더 가보이소.”
낯설디 낯선 남의 동네에서 도로 주행 시험을 보는 날. 출발하자마자 실격 판정을 받았다. 1km 정도를 더 달린 후 갓길에 차를 세우고 감독관 선생님과 자리를 바꿨다.
되돌아온 출발지에서 뒷좌석으로 가 다음 순서인 한 아저씨의 도로 주행을 1열에서 직관했다. 대기하며 슬쩍 들은 바에 따르면 아저씨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다시 면허를 발급받기 위해 시험장을 찾았다고 했다.
뒷좌석에 앉아 아저씨의 스무스한 운전을 지켜보니,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뭐 좀 해보지도 못하고 실격이라니. 조금만 더 가면 넓은 국도가 나오는데 말이야. 세 시간이나 걸려서 온 시험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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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면허시험장까지는 이동과 대기 시간을 합쳐 약 3시간이 걸렸다. 평일 오후였기에 혼자 갈 수밖에 없었고, 초행길인 데다 어려운 시험까지 앞두고 있었으니 사뭇 비장한 마음까지 갖고서 출발했다.
‘진동까지 가나? 터미널 가서, 통영, 진주, 고성 다 멈추는 완행버스 타고 진동정류소에서 내리면 된데이. 알겠제?’
신신당부하는 아빠의 표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깜빡 잠들었다간 제때 내리지 못할 수 있었으므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데, 익숙한 풍경과 낯선 기분이 부딪혔다. 그렇게 버스에 앉아 잔뜩 긴장한 채 기사 선생님의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진동, 진동정류솝니다. 내리실 분 앞으로 나오이소”
필기시험을 치러 왔을 때는 면허 학원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함께 와서 몰랐는데, 마산시 진동면에 있는 마산운전면허시험장은 생각보다 외진 곳에 있었다. (현재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이다)
도로 주행 응시자들은 출발지까지 또 미니버스 같은 것을 타고 이동했다. 2~30명의 응시자가 있었고 조를 나누어 움직였다. 낯설었다. 대체 어쩌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영하는 마산운전면허시험장까지 와서 도로 주행 시험을 보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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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연수받던 운전면허 학원에서 도로 주행 시험을 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매일같이 실전처럼 연습한 그 길을 연습처럼 한 바퀴 돌아오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시험일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슬픔에 잠겨 장례를 치르고, 마음을 추스른 뒤 다시 시험을 보러 갔더니, 시동을 거는 방법부터 기억이 나지 않았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릴 생각도 못 했다. 그렇게 출발도 하지 못한 채 실격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아무튼, 여기서는 3주 뒤에 볼 수 있고예. 그전에 꼭 시험을 봐야 하면 마산시험장 가야됩니데이.”
시골의 작은 운전면허 학원이었으니, 도로 주행 시험이 자주 있지 않았고 나는 마음이 급했다. (대체 왜 그렇게 맘이 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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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옥포 자동차운전면허학원과 도로교통공단 마산운전면허시험장을 오가며 실격의 고배를 마신 나는, 심기일전하여 다시 옥포에서 도로 주행에 도전했고,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게 되었다.
사실 면허는 땄는데, 주행 중에 작은 실수가 있어 면접관 선생님께 호되게 혼난 탓에 합격했다는 것이 기쁘지도 않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씽씽 달리는 차들을 보며 남들은 저렇게 쉬운 일이 나에겐 왜 이렇게 어려운가 생각에 서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진짜 울었다)
그토록 어렵게 딴 운전면허증 애석하게도 본연의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지갑 속에 숨 쉬며 신분을 증명하기만 할 뿐, 운전대를 아직 단 한 번도 손에 잡지 않았다. 그렇게, 운전면허증 갱신 기간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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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2022년의 목표 중 하나로 독립 출판과 함께 운전 연수를 끄적였던 기억이 난다. 조수석에 앉아서도 누가 끼어들라치면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그래도 막상 하면 할 수 있겠지? 뭐든 해보면 할 수 있다고 여기는 편이지만 운전은 아직 영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