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의 여성영웅

아르헨티나에서 바라본 이과수폭포

by 살로메

북유럽에는 ‘니벨룽겐의 노래’라는 신화가 있다. ‘니벨룽겐’은 안개·어둠의 후손들이라는 뜻을 지닌다. 전설에 등장하는 브륀힐트라는 아이슬란드 여왕은 엄청난 힘을 지닌 전사다. 그녀는 결혼할 뜻이 없었으며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최강의 전사만이 남편이 될 자격이 있었다. 여왕의 미모와 영토를 탐하는 청혼자들이 많았고 그때마다 구혼자들은 그녀와의 싸움에서 브륀힐트를 능가하는 힘과 용기을 증명해야 했다. 그녀는 항상 힘겨루기를 제안했으며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구혼자는 결투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군터라는 왕은 브륀힐트의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용의 피를 뒤집어쓰고 무적이 된 지크프리트라는 청년에게 도움을 청한다. 군터는 자신의 여동생과 결혼을 시켜주겠다는 조건으로 지크프리트와 동맹을 맺는다. 지크프리트는 용을 처치하고 얻은 마법의 망토(변신 가면)를 쓰고 브륀힐트를 힘겨루기에서 이겨 군터를 승자로 만든다. 브륀힐트는 결혼을 하게 된 군터가 힘겨루기 할 때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힘으로 제압하며 동침을 계속 거부한다. 수모를 당하던 군터가 또 지크프리트에게 도움을 요청해 브륀힐트는 다시 군터로 변장한 지크프리트에게 힘을 빼앗기고 평범한 왕비로 살게 된다.




동맹국이 되어 이웃나라에서 살고 있던 지크프리트의 아내와 말싸움 끝에 브륀힐트는 남자들의 사기극으로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용맹하고 자존심 강한 브륀힐트였지만 자신의 힘으로 복수를 하지 못할 만큼 남성들의 세계는 견고했다. 철저히 고립되었고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브륀힐트는 약해져 갔다. 지크프리트에게 열등감을 느끼던 군터의 눈치 빠른 부하가 지크프리트의 약점을 찔러 죽이면서 남성들의 연대는 깨졌다. 그 틈에 브륀힐트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성 영웅은 전설 속에서 사라진다.




위 신화는 니벨이라는 종족의 보물들을 차지한 영웅 지크프리트의 이야기이고 결국은 용이 지키던 보물들과 반지를 약탈한 인간세계의 저주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다. 남성들의 이야기 속에 여성영웅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귀했지만 힘을 잃고 사라진 여성의 서사가 나를 괴롭혔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었던 강인한 여성이 힘을 잃고 약해져 가는 원형을 여기서 찾은듯해 불편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여성 영웅은 ‘바라데기’가 있고 목적을 이루는 결말이라 다행이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폭포 앞에 버티고 있는 사진 속 나무처럼 꿋꿋하게 자신의 존재를 키워가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타고 난 재능이 없어도 강해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기술 습득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오래 살아남는 자의 기록은 힘이 세고 여성들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런 점에서 기록은 필수 덕목이 되었고 여러 유형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다채로운 삶을 부여하는 힘이 되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세상에서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활용한다면 새로운 전설을 후세에 물려줄 수 있다. 글쓰기로 우리의 신화를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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