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이끼

by 살로메

나는 지난 8월 충북 괴산에 있는 다보사 절을 찾아 들었다. 미얀마로 가서 명상하고 싶다 하니 지인이 소개해준 한국의 ‘담마코리아’였다. 여름 한시적으로 여성 수련생들만 참여할 수 있는 명상 10일 코스여서 떠나게 되었다. 묵언 수행이 기본이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새벽 4시에 기상해서 밤 9시까지 명상만 하는 프로그램이다. 여름휴가 삼아 공기 좋은 절에서 쉬고 오겠다는 나의 바람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가부좌를 한 채 눈을 감고 얼굴의 중앙, 코 주변으로 호흡을 하면서 감각을 느끼는 일과가 3일 동안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제대로 하는 건가 싶어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며 자세를 바꾸기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다. 졸거나 망상에 빠지면 시간이 금방 가는데 호흡에 집중하고 의식을 부여잡고 있자니 시간은 더디고 아픈 부위만 계속해서 느껴졌다. 목뼈부터 어깨, 등, 허리, 고관절, 무릎까지 하다못해 발목과 발가락까지 온통 통증뿐이었다. 어떤 환경과 어떤 자세냐에 따라 시간은 10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머지 일정을 버텼다.


그러다가 잠깐 명상에 들었는지 망상에 빠졌는지 두 시간이 지나고도 몸이 가뿐하고 깊은 잠을 자고 난 듯 상쾌함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 그 감각을 찾으려고 한 후부터는 집착에 빠져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스크루지 영감이 되어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대체로 나의 에고가 상처받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고정된 자세에서 오는 통증은 내가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게 할 뿐이고 마음의 평화나 깨달음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명상은 끝이 났고 나는 인천으로 돌아왔다. 올해가 가기 전 자원봉사자가 되어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여느 때처럼 육식을 탐하고 시도 때도 없이 남들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에게 집중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절터에서 자라고 있는 이끼 3종류를 가져왔는데…. 나의 반려식물은 초록색 생명력을 잃고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주변에 이끼들을 모아 다른 환경으로 옮겨놨지만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일어났다 사라지는 모든 감정을 알아차리며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명상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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