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실 세 사람이 하는 것 아닐까? 당신과 나, 그리고 이 둘을 지켜보는 또 다른 나" 라는 글을 아니 에로노의 글을 통해 접했다. 나도 사랑에 빠진 내 상태를 즐기고 충만한 기분을 느끼는 또 다른 나를 발견했던 경험이 있어 공감한 문구였다.
며칠 전 퇴근길, 버스 안에서 혼자 구석에 앉아 조곤조곤 통화하는 청년을 보았다. 고딩 또는 대학 초년생 같은 외모였는데 간간이 들리는 통화 내용은 이랬다. 그녀가 이별을 통보했는지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해 주기 위해 붙잡지 않겠다”는 말을 전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두 가지를 생각했는데 하나는 전화 상대가 여자사람 친구일 거라는 것, 그렇지 않고는 그렇게 오래 자신의 감정을 분석적으로 차분히 얘기할 수 없으라는 생각에서다. 남성에 대한 비하나 편견일 수 있지만 대체로 남자들은 무신경이니까(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말이 잘 안 통하니까 ㅎㅎ 너무 상투적이야)
다른 하나는 그가 그녀를 사랑했고 추억들도 많지만 지금은 헤어져야 하는 슬픈 상황의 자신을 바라보며 사랑을 연장하고 있다는 생각. 이전에 사랑했던 감정들은 이제 다른 단계로 변화되었고 이별하면서 느끼는 감정들도 사랑이라는 카테고리에 넣고 있는 듯 보였다. ‘사랑’이라고 뭉퉁거려 표현하는 저장소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웅크리고 있으니까.
상대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감정은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아무 때나 찾아오지 않는 귀한 시간이기에 아름답다. 사실 추억을 떠올리며 상실의 아련한 아픔을 느끼는 감정 또한 슬프지만 묘한 쾌감을 준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아직 모른다고.? 이런 쯧쯧 (불쌍한 사람.. 아니 이기적인 사람..) 사실 여행도 떠나는 순간부터 고난의 연속이며 갈등과 긴장으로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여행이 끝난 후 안정된 공간에서 느끼게 되는 냄새와 풍경과 소리들 속에서 마음 한쪽에 저장되어 있던 여행의 추억들이 찾아올 때 그때 비로소 제대로 경험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시간이 지나거나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사랑했고 비통했던 나 자신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