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과 다보사 비교체험
5일짜리 작업기간 동안 구수련생들의 자원봉사가 필요하다고 하여 진안으로 내려갔다. 작년 8월 다보사에서 10일 sitting 체험 후 오계명을 지키지 않았고, 명상도 실천하지 않았기에 사실은 한참이나 자격미달이었다. 다만 어떻게 비영리 경영이 가능한지가 궁금했다. 타 시민단체들도 회원을 모집하지 못해서 운영을 못하고 활동가도 구하기 어려워 임원진도 못 세우는 마당에 관리자도 없이 자원봉사자들의 운영으로 가능하다고? 자본주의 시장에서 조금도 손해 보려 하지 않는 요즘 세상에?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명상을 주관하는 법사님도 자원봉사였고 수련생들을 모집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매니저도 자원봉사였다. 무보수로 일정기간 활동하고 지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종교적 성격이 강해서 의무감 아닌 책임감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청소봉사와 주방봉사, 통역 등도 사전에 자원봉사를 모집해서 채워지고 무리 없이 운영된다는 게 신기했다. 다만 대량의 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음식을 많이 만들게 되고 때로는 버려지기도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수련생들은 명상프로그램이 끝나고 돌아가면서 다음에 올 수련생들을 위해 기부금 형식으로 돈을 내고 간다. 보통 3끼 식사와 일박하는데 3~5만 원을 생각하고 기부하는 것 같다.
괴산의 절을 임대해서 운영하는 다보사의 경우는 큰방에 함께 매트리스를 펼쳐 놓고 공동생활을 한다. 눈도 마주치지 말아야 하고 묵언 수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디든 호구조사를 통해 나이를 파악하고 서열을 정하려 드는 사람들 때문에 친목금지는 필수다. 단체생활이 힘든 사람도 끝까지 규칙을 따른다면 개인적 영역을 확보하며 수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제발~ 딸이나 막내 동생과 나이가 같네~ 하면서 나이 값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적이 없는 계곡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와 만나는 시간을 즐기도록 놓아두길 바란다.
진안의 경우는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을 따른 탓인지 독방에 혼자 생활하고 명상하는 시스템이다. 입소할 때 핸드폰과 책 및 필기도구까지 맡기고 세면도구와 옷가지만 허용된다. 괴산과 같이 오픈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 지켜보는 눈이 없기도 하고 규칙을 잘 몰라서 나태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 탈자본주의를 시험해 보고 미니멀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는 명상센터의 경험은 훌륭한 체험이다. 수련생들을 배려해서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뷔페처럼 식사를 제공하는 일은 명상센터의 취지와 방향에 맞는지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수행하는 수련생들이니 속세와 같은 물질적 풍요와 먹거리를 누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셀프 자기 돌봄을 하면서 인내와 참을성으로 느낌과 감각을 경험하고 그것 또한 다 지나가는 감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될 때 우리의 정신세계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잠시동안의 결핍과 불편함은 내가 지닌 것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깨우침을 준다. 참여자들은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가 아니다. 그들에게 제약과 결여, 고통을 마주하게 하여 자신을 알아 갈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
다시 처음의 궁금증으로 돌아가서, 여기도 계급은 존재했다. "나는 sitting 몇 번과 코스봉사 몇 번 했어"가 계급장이었다. 어려움을 알기에 경탄의 눈빛으로 반응해주면 된다. 문제는 과거 중년아재들이 했던 역할을 여초커뮤니티에서는 중년여성들이 재연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과다한 남성성으로 젊은 청년들을 난처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주방에서는 마늘, 파, 고추 등의 양념 없이 모든 요리를 준비한다. 멸치와 건새우가 들어간 육수는 생각할 수도 없다. 신선한 제철 채소와 과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고 수련생들의 명상을 위해 구석구석 청소해 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애정과 부지런함이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다. 시설보수와 각종 공과금 등도 이사들의 이타심으로 재원을 마련했고 운영할 수 있었다. 부처의 가르침이 바탕이 되었기에 담마코리아는 2013년부터 수련과 봉사의 시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공감과 신뢰, 유대감이 형성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명상하는 모든 이에게 고엔카 선생님의 말처럼 '평화롭고 행복하고 더 자유롭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