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종이에 문장 하나를 적어 내는 일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한 일임을 처음 알았다. 평상시 작은 일에도 결정장애를 겪는 나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이제 그 과정을 적어보려고 한다.
첫째로 어떤 문장을 쓸 것인가. 일주일을 고민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찾기 위해 명언 집을 뒤지는가 하면 영화 속 명대사를 찾기도 하고 좋은 노래 가사들을 써보기도 했다. 결국에는 우연히 들은 CCM 가사 속에서 내 삶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찾았다.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였소’
둘째로 글씨의 구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지를 세로로 할지, 가로로 할지 정하고 글씨와 그림을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일단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여러 가지 작품을 보면서 전체적으로 어떤 콘셉트로 작업할지 생각해 보았다. 여러 방향으로 생각한 결과, 한지를 세로로 놓고 가운데에 글씨를 쓰는 것으로 정했다.
셋째로 어떤 글씨체로 할 것인가. 수십 가지의 글씨체를 연습해 보았다. 훌륭하고 멋진 글씨체는 많지만, 아직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마음만큼 결과물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내 글씨체와 비슷한 간결한 글씨체를 선택했다.
넷째로 어떤 그림으로 표현할 것인가. 여러 가지 습작을 거쳐 최종적으로 나비를 활용한 그림으로 결정했다. 알에서 태어나 애벌레로 지내다가 번데기 속에서 아름다운 나비로 성장하듯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지만 결국 본질은 나비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비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 뒤에는 자신의 노력도 있지만 누군가의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다는 것도 말하고 싶었다.
다섯째로 계획한 대로 완벽하게 될 때까지 연습.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나의 문장을 그렇게 많이 반복해서 써본 적이 없다. 너무 몰입해서 몇 시간을 한 자세로 있었더니 어깨, 허리에 담이 걸린 적도 있다. 결국 시험이 끝나고 너무 긴장이 되어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갈 정도였다.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한지에 먹물이 스며들어 완성되는 글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고요해지고 복잡하게 생각했던 내 삶도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나를 힘들게 한다고 원망하고 불평했던 요소들이 하나씩 지워지고 어느새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번잡스러운 걱정과 고민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희망이 차올랐다.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자격증을 받았을 때는 작고 볼품없던 나 자신이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대견스러웠다.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다.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여러모로 나를 변하게 만들어준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