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않는 상대를
사랑하는 101가지 방법

분석학적 수필집 #6

by 튜링

사랑은 늘 불균형하다.

누군가는 더 많이 주고, 누군가는 더 많이 받는다.

균형 잡힌 사랑이란 말은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 이유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그건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체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해보다는 본능이 먼저 알고, 이성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불합리하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향한 사랑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고통이 완전히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이상할 만큼의 충만함이 있다.

그 사람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 사람의 하루를 상상하고,

그 사람이 나를 몰라도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시간들.

그건 어쩌면 사랑의 순수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닿지 못할 때

비로소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움은 결국 자기 탐구의 언어이다.

“왜 나는 그 사람을 놓지 못할까?”

“왜 나는 이렇게 아픈데도 여전히 좋을까?”

이런 질문들은 슬프지만, 동시에 정직하다.

우리는 그 질문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배운다.

사랑의 실패는 감정의 끝이 아니라,

이해의 시작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엔

101가지 방법이 있다.

다만 그건 구체적인 행동이 아니라,

101가지의 마음의 자세일 테다.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

기억을 덜어내려는 노력,

다시 누군가를 믿어보려는 용기,

그 모든 것이 다 ‘방법’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자기 자신을 헤아리는 법을 잊지 않는 것.

사랑이 자신을 부서뜨리는 이유는

상대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너무 조금 남겨두기 때문이다.


사랑은 완성되는 감정이 아니다.

대부분은 중간에 멈추고, 흐르고, 희미해진다.

하지만 그 흔적이 우리를 바꾼다.

누군가를 향해 진심으로 마음을 내어준 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이전보다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사람다워진다.


사랑의 끝에는 언제나 자신이 남는다.

그렇기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 상대를 사랑하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101가지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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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