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생각을 말하지 못하다
- 눈치보거나, 무조건 동의하거나, 자신없어 하거나
토론모임을 운영해보니 먼저 발언하는 분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은 누군가 먼저 말을 꺼냈으면 하고 은근히 눈치를 봅니다. 대놓고 “저는 듣는 것이 더 좋습니다.”라며 아예 발언하지 않으려는 분들도 있었죠. 발언하는 분들도 실수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맞을지 모르겠지만” “아닐 수도 있는데”라고 운을 떼고 말하거나, 발언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네요.”라며 급하게 자신의 의견을 부인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당신 말이 맞겠죠 뭐
한편 제가 어떤 의견을 제시하면 “맞아요, 맞아요.”라며 받아 적을 기세로 임하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제가 주제를 꺼냈으니 정답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 분들의 선생님은 더더욱 아닌데도 말이죠. “정답은 없으니 편하게 얘기해 주세요.”라고 자주 격려해드리지만 여전히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확실히 교육에 문제가 있긴 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토론모임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 도중에 한국 기자들에게 먼저 질문할 기회를 준 적이 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질문하지 않자, 보다 못한 중국 기자가 질의를 했죠. 이 장면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뒤 사람들은 국제적인 망신이라며 떠들어댔습니다. 비단 기자들만의 문제일까요? 당장 한국의 교실 수업이나 직장에서의 회의 시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질문이 없기는 기자나 학생, 직장인 모두 매한가지라는 것을.
■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다
- 권위주의 교육, 후진국형 교육의 영향
이런 문제를 다룰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권위주의 교육 또는 후진국형 교육입니다. 이런 교육은 과거 일본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은 동아시아 패권을 위한 병참기지로써 조선에 산업화를 일으켰고 산업화에 필수인 노동자양성을 위해 교육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초보 수준의 실업 기술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었고, 고등교육을 제한한 것이죠.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자랄 수 없는 교육시스템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일본도 우리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대표 지성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주장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
"일본인들 대부분은 문부성의 이런 완전관리형 교육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특이한 교육 시스템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분명하게 말해서 이런 교육 시스템은 후진국형 또는 전제주의 국가형 교육 시스템이며, 현대 사회에서도 그런 국가들에서나 존재한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 초에 근대 국가로 출발하면서 서유럽의 근대 문명을 서둘러 흡수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국민 각층에 빠르고 평등하게 보급하기 위해 문부성 중심의 국가통제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것이 근대 사회 초기에 일본을 근대 국가로 출발시키는 데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근대 사회 후반에 이르러 그 시스템의 바람직하지 못한 면(전제주의 국가형)만이 강력하게 작용하여 문부성은 군부의 파시즘적 체제를 교육적인 면에서 지원하는 군국주의의 기둥이 되었다."
-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중에서
그나마 일본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면적인 교육개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메이지유신에 버금간다고 일컬어지는 이 교육개혁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기초적인 지식을 쌓되, 이를 활용하여 스스로 과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사고력과 판단력 그리고 표현력을 기르는 교육을 제공하고 이러한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체적인 태도를 배양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생각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인생을 만든다고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습관이 이미 몸에 배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장 실천할 만한 것으로 단무지 그릇만 한 작은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요? 모두가 짜장을 외칠 때 짬뽕을 외치는 그런 작은 용기 말입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자기의 생각을 자신 있게 내뱉어 보는 겁니다. 늘 그렇듯 변화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곤 하니까요.
※ 본 포스팅은 '나를 찾아가는 생각연습'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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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형 / 프리랜서 작가, 브런치 작가, 기업 블로그 마케터
대화와 글쓰기, 산책을 좋아합니다.여러 회사에서 영업과 기획을 했고, 옷 장사를 했고, 전국에서 토론모임을 열었습니다. 1,000여 명과 대화를 나누면서 개성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