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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치형 Jun 09. 2019

'나만의 길'에 들어선 5가지 증거

미쳤다, 불안하다, 샘 솟는 아이디어, 무관심, 자아실현

한창 진로 고민을 할 때였습니다. ‘나만의 길’을 갈 것인가, ‘남들이 말하는 길’을 갈 것인가. 진로 상담도 받아 보고, 적성검사도 많이 했었죠. 결과적으로 지금은 나만의 길을 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분이 비슷한 고민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만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게 된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1.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도무지 사람들의 동의를 끌어내기 힘든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여 주지만 눈빛을 보면 아리송이었으니까요. 직설적인 사람은 문자 그대로 미쳤다고 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조금 나이스하게 돌려서 말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생각은 정말 멋진데 현실적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라든지 “말 대로만 되면 참 좋겠지만 선뜻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데?”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주위에서 정말로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거나, 봤더라도 매스컴에서 대단한 성공사례로만 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직 못 찾은 걸 너는 찾았다고?’라는 질투 섞인 감정이 들었을 수도 있고요. 물론 안타까워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죠. ‘난 정말 가면 안 되는 길로 가는 걸까?’


다양한 도전 끝에 저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든 이가 고개 끄덕이고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해 줄 때 오히려 나는 ‘안전빵의 길’로 들어선 거라고 말이죠.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동의하는 길은 바로 ‘누구나 가려는 길’일 테니까요.


그 목표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단지 ‘나만의 길’이 아닐 뿐.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목표가 아니라면, 남들이 들었을 때 도무지 이해 못 하는 일, 심할 때는 미쳤다는 말을 듣는 일이 오히려 ‘나만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2. 불안을 느낀다.


나만의 길을 간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멋져 보이지만 내 아들이 그러면 '등짝스매싱각' 이라고. 나만의 길만큼 앞이 깜깜한 길도 없습니다.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오로지 나에게서 비롯된 길에 정답이 있을 리 없으니까요. 당연히 사례도 많지 않을 테고요. 불안한 게 정상입니다.


각기 다른 모습과 성격으로 태어났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서로 닮아갑니다. 정답 맞히기를 배우고, 표준과 사례를 참고삼아 일을 배우면서부터 말이죠. 물론 배움은 필요합니다. 아무리 나만의 길을 가려는 사람이라도 대부분은 지구상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무언가를 목표로 할 테니까요. 기본적인 것들은 배워야 하겠죠.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드로잉 책 한권 정도는 사서 봐야 할 겁니다. 작곡하고 싶다면 피아노 건반 정도는 한번 두드려 봐야 할 테고요. 에세이를 쓰려면 에세이 관련 책 몇 권 정도는 봐야겠죠. 기본의 변형에서 창작이 시작되곤 하니까요. 문제는 그동안의 습관대로 기본을 마치 정답으로 간주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태도라 생각합니다. 기껏 나만의 것을 찾아냈는데 다시 틀 안에 갇힌다면 결국에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테니.


 내가 가는 길이 의심되고 불안할 때, 타인의 사례를 참고하고 싶고 표준과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나만의 길’로 들어섰다는 사인이라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3. 아이디어가 솟구친다.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주인의식은 주인한테서 가장 잘 나오는 법이니까요. 남 일 해줄 때랑 내 일할 때랑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없진 않습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만났던 몇몇 분이 떠오르니까요.


이 회사에서 뼈를 묻겠다고 생각하거나, 무조건 임원이 되겠다는 각오를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꼭 이 회사일 필요는 없다, 다만 내 분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겠다는 분도 있었고요. 물론 “난 남들이 시키는 일할 때가 제일 속 편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 보다는 확실히 업무에 더 열정적이었고, 정말로 내 일로 받아들인 분들이었습니다. 매우 드문 경우지만요.


다시 일반적인 경우로 돌아와서, 주인에게서 주인의식이 나옵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일을 시작했는데 아이디어가 마구 솟구친다, 열정이 솟구친다 싶으면 나만의 길을 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진다 싶으면 확률은 높아질 테고요. 24시간 돌아가는 기계가 아닌 만큼 계속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만의 길을 가는 사람은, 주인의식이 남다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솟구치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담은 인문 에세이 '나를 찾아가는 생각연습' / 2019.6월 둘째 주 출간 예정



4. 세상일에 관심이 줄어든다.


사랑에 빠져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달 안가셨겠지만(?) 그 사람만 보이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아이를 키워 보신 적은요? 꽤 오래가는데, 어쩌면 영원히, 미우나 고우나 내 새끼가 최고입니다. 내 것, 나만의 것이 생기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좋은 말로 집중을 하게 됩니다. 그 외에는 도무지 관심 안 갑니다.


 나만의 길도 그렇습니다. 내 일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보다 관심 덜 가는게 일반적입니다. 세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세상에서 소외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내 일과 관계있는 것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니까요. 대신 가십거리를 보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겁니다. 사교 그 이상의 목적이 없는 자리도 줄이게 될 테고요. ‘그렇게 해야만 내가 성공할 수 있으니까.’라는 강박 때문이 아닌, 관심사가 바뀌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세상일에 관심이 줄어들면 타인에게 상처받을 일도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분량의 질투 그릇을 타고 난다고 생각합니다. 크고 작고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말이죠. 질투는 대상을 필요로 합니다. 주로 나와 비슷한 대상, 내가 닿을 수 있는 범위에서 질투가 시작되죠.


나만의 길을 가는 사람은 오만사람 다 만날 정신이 없습니다. 만남이 줄어들면 질투 그릇도 더디게 찰 테죠. 물론 그 와중에도 만남을 이어가는 사람과는 더욱 농밀한 관계를 유지할 테고요.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는데도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일 테니까요.



5. 일에서 나의 의미를 찾는다.


“왜 일을 하시나요?” 솔직히 십중팔구 돈을 벌기 위해서일 겁니다. 나머지는, 재미있으니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있을 테고요. 정말 솔직히 답했다는 전제하에,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서’라는 반응은 쉽게 찾을 수가 없을 겁니다. 돈. 중요합니다. 인정하건 아니건 중요합니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더 잘 먹고 사는 것은 둘째 치더라고 말이죠.


하지만 분명 일이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은 아닐 겁니다. 나만의 길을 가는 사람도 돈은 벌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입 못지않게 ‘나만의 것’을 하는 게 중요한 사람입니다. ‘안전빵’이 아닌 쉽지 않은 나만의 길을 택한 이유일 테죠. 이전에 쓴 ‘우리는 모두 예술가입니다.’(글 보시려면 클릭하세요)에서 언급했듯, 나만의 생각, 나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쏟아내는 것이 예술이고, 그것을 하는 사람들을 예술가라 생각합니다.


꼭 화가, 무용가, 음악가만 예술가가 아니라 자기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쏟아내는 사람이라면 모두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나만의 길을 가는 사람은 모두 예술가입니다. 내 안의 목소리를 거부하지 않고 그것을 따라가는 사람, 자기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끄집어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자아실현이라고 하고요.


나만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순간, 꿈과 현실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때 ‘나’를 선택한 바로 그 순간, 그 사람은 이미 세상 속에서 나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 겁니다.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공유'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된답니다 :)      



안치형 / 프리랜서 작가, 브런치 작가, 기업 블로그 마케터

대화와 글쓰기, 산책을 좋아합니다. 여러 회사에서 영업과 기획을 했고, 장사를 했고, 전국에서 토론모임을 열었습니다. 1,000여 명과 대화를 나누면서 개성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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