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걸으라고, 걷다보면 도착해 있을 거라고
갓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아들에게 엄마는 버선발로 현관문까지 배웅하며 그렇게 말했다. 부지런히 걸으라고.
행여나 혼자 보낸 어린 아들이 등교길에 딴 길로 새어 지각을 하진 않을까, 걱정 어린 말이었으리라.
부지런히 걷는 법을 그렇게 익히게 된 스물 여덟의 나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변치 않는 한 가지, 그건 바로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로 가야한다는 점이다.
매일 또 오랫동안 같은 길을 부지런히 걷다보면 자연스레 시선이 바깥으로 향하게 된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과 그 뒷모습 같은 곳으로 나의 시선은 향한다.
언젠가 종로3가 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러 계단을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의 뒷모습을 고갤 들고 보았다.
오른쪽 계단을 다 함께 오르는 모습에서 마치 눈 앞에 바다의 파도가 해안가에 밀려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다들 부지런히 자신만의 걸음으로 가야만 하는 곳을 향하는 아침의 풍경. 그 안의 내모습을 생각해본다.
매일같이 쳇바퀴만 굴리며 제자리걸음을 할지, 아니면 고통스럽지만 앞으로 나아갈지, 선택은 나의 몫이다.
부지런히 걸으라던 엄마의 말은 내 안의 성장욕구로 자리 잡아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된 듯하다.
그리고 어떻게든 꾸준히 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낭만적인 낙관론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의 성장이 곧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같은 길이 아니라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다양한 방법들을 탐구하고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내일도 부지런히 나아갈 것이다.
익숙하지만 조금은 다른 경치를 보여주는 출근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