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이드 러너& 블레이드 러너 2049>
한동안 SF영화 중 놓치고 지나갔던 영화들을 다시 찾아보았다. 제목을 들어봤거나 한 번 보았으나 다시금 보고 싶던 영화들 중 오늘 이야기하려는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가 가장 인상 깊었다. 사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해 한 번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영화 자체가 일단 워낙 어렵고 많은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다 보니 감상글을 쓰는 것도 어려웠다. 조금 공부를 하고 나서 써보도록 하고, <블레이드 러너>는 이미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초등학생 때 한 번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쓸데없이 지루하기만 한 영화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SF 장르를 점점 좋아할수록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품이었다. 리들리 스콧의 세계관이나 표현력을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다 보니 두 편을 연달아 보면서도 지루하기보단 하나의 세계관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재밌게만 느껴졌다.
먼저, 총평을 하자면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는 굉장한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워즈>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진 않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미래 사회를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기계 도시와 함께 사이버펑크적인 분위기가 풀풀 나는 이 세계관은 필자 같은 SF 괴짜에겐 매력적인 세상이다.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 조금만 짚고 넘어가자면 1968년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 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에 기반하고 있다. 이를 각색하여 영화화한 것이 바로 <블레이드 러너>인 것이다. 원작과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원작보다는 영화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1편에 해당하는 <블레이드 러너>부터 살펴보자.
주의! 스포일러 한 가득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더 재밌긴 합니다 :)
이 작품에선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미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로 일상을 지내다가 6명의 레플리컨트(우주 식민지에 이용되는 노예 개념. 쉽게 생각하면 인조인간, 기계인간, 사이보그 같은 존재이다. 용도에 따라 다른 성능을 갖고 제작된다. 노동용, 전투용, 쾌락용 등등이 있다)들이 낙원으로 여겨지는 오프 월드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지구로 잡입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해당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강제로 복직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레플리컨트들은 전부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이다. 이미 동료 한 명이 용의자를 수사하던 중 레플리컨트에게 총격을 당해 위중에 빠졌다. 사건 해결을 위해 레플리컨트를 만드는 타이렐 회사의 회장을 만나러 가고, 그곳에서 레이첼이라는 여성을 만나고 타이렐 회장의 권유로 그녀가 레플리컨트인지 인간인지 맞춰보게 된다. 검사(보이트 컴프라는 이름의 검사 방식.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타나는 홍채 반응을 통해 인간인지 구분하는 방식) 결과, 그녀는 레플리컨트였지만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분명한 인간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녀는 타이렐 사의 모토대로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레플리컨트였다. 데커드는 그녀가 타이렐 사의 신제품으로 기존의 레플리컨트들과는 달리 정해진 수명이 없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한다.
수사를 이어가면서 단서들을 확보한 그는 차례차례 레플리컨트 일당들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도망가기만 하는 레플리컨트와 인간처럼 사망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업무에 대한 혼란(영화 초반에 이런 생각이 데커드의 내레이션으로 나옴)에 빠지게 된다. 한편 레플리컨트의 수장인 로이 베티(룻거 하우어)는 자신들을 제작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는다. 그들은 애초에 노동력 착취 용도로 제작되는 것이었기에 4년밖에 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레플리컨트의 눈을 제작하는 사람을 통해 J.F. 세바스찬이 회장 타이렐에게 연결시켜줄 사람이라는 걸 알아낸다. 데커드는 계속 수사를 진행하던 도중, 전투용 레플리컨트에게 죽을 뻔하지만 레이첼의 도움으로 벗어난다. 그녀는 이미 데커드에게 자신이 레플리컨트라는 것을 전해 들었고 그에게 자신도 죽일 것이냐고 묻는다. 생명의 은인이니 죽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녀도 레플리컨트이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반란을 일으킨 레플리컨트들 이하나 둘 씩 죽어가자 대장인 로이는 세바스찬을 이용해 타이렐 회사로 들어가 회장을 만나게 된다. 회장에게 곧 끝이 날 자신의 수명을 늘려달라는 말을 하지만 회장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대답을 듣고, 결국 회장과 세바스찬을 살해하고 만다.
데커드는 고생 끝에 결국 로이를 제외한 다른 레플리컨트들을 처리하는 데 성공하고 로이와 대면하게 된다. 하지만 로이는 자신의 뛰어난 신체적 스펙을 통해 데커드를 거의 가지고 놀 듯이 상대한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데커드는 결국 떨어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로이는 떨어지는 그의 팔을 잡아 올리며 그를 살려준다. 의아해하는 데커드에게 불후의 명대사를 남기며 죽음을 맞이한다.
" 나는 너희 인간들이 결코 믿지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성운 언저리에서 불타 침몰하던 전함, 탄호이저 기지의 암흑 속에 번뜩이던 섬광. 그 모든 것이 곧,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 빗속에 흐르는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데커드는 살아남고 그의 동료인 블레이드 러너가 레이첼을 죽이기 위해 찾아가지만 다행히 그녀를 살려준다. 수사를 하면서 레이첼과 연인이 된 데커드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그녀와 함께 도망치는 선택을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후속편인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이어진다.
이 영화에선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이 주인공이다. 1편에서 30년이란 시간이 지난 세계로 많은 부분들이 역사적인 사건들로 인해 변화했다. 관련 내용은 영화에서 설명해주기도 하고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K는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난 레플리컨트들을 처리하는 블레이드 러너이다. 그는 레플리컨트를 처리하는 레플리컨트로서 매번 임무 이후에 기준선 테스트를 받으며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아간다. 새로운 사건을 맡아 수사하던 도중, 발견한 유해가 제왕절개 중 사망한 레플리컨트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타이렐 사의 몰락 이후, 새롭게 레플리컨트를 생산하는 월레스 사는 관련 사건에 협조하면서 자신들이 꿈꾸던 생식 기능이 가능한 레플리컨트의 흔적과 살아남은 아이를 찾도록 몰래 조사하게 된다. 발견한 유해가 1편에 나왔던 레이첼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K는 레이첼과 연인 사이였던 데커드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자신이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것이 확실해지는데, 그 근거가 되는 것이 K의 유년시절의 기억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 목마에 적힌 숫자 6-10-21이 유해가 묻혀있던 나무에 적힌 숫자와 같은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입양 기록을 찾으러 간 곳에서 자신의 기억 속 작은 목마를 찾아낸다. 그는 자신의 기억이 이식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기억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메모리 메이커인 아나 스텔린 박사를 찾아간다. 검사 결과, 그의 기억은 실제로 겪은 일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결국 그는 기준선 테스트에 미달이 되어 정직 처분을 받게 되고 그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내기 위해 데커드를 찾아가게 된다.
핵폭발로 인해 폐허가 된 라스베이거스로 향한 K는 그곳에서 데커드를 만나게 되고 그와 다툼 끝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K를 계속해서 추적하던 월레스 사는 비서 레플리컨트인 러브를 보내 데커드를 납치하는 데 성공하게 되고 기절한 K를 레플리컨트 조직이 구출해 낸다. 조직의 리더 격인 프레이사가 레이첼의 출산을 도왔으며 K에게 데커드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사실, 둘 사이의 아이는 여자아이였으며 K가 추적한 기록은 데커드가 알려준 기록 조작이었던 것이다. K는 허탈한 마음을 뒤로하고 데커드를 납치한 러브를 뒤쫓아 가고, 혈투 끝에 데커드를 구출해 낸다. 모든 것을 알게 된 K는 데커드를 그의 딸인 아나 스텔린 박사에게 데려다주고 그는 결국 눈 내리는 모습을 감상하며 과다출혈로 죽음을 맞는다. 그렇게 <블레이드 러너>는 끝이 난다.
사실 <블레이드 러너>는 이 두 편의 영화 말고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시리즈들이 있고 그것들까지 보면 세계관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필자는 앞서 말했듯 이 두 편의 영화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영화 자체가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이에 대한 각종 철학적인 해석들은 이미 많기 때문에 느낀 점을 위주로 글을 쓰고자 한다. 영화를 보고 나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구분 짓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두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인간과 레플리칸트 사이에 존재하는 구분선이다. 1편에서는 레플리컨트들이 자신들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지구로 들어오게 되면서 홍채 반응을 통해 레플리컨트와 인간을 구분 짓는 보이드 컴프 검사를 실시하고, 2편에서도 기준선 검사를 통해 레플리컨트들이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있는 지를 검사한다. 게다가 2편에서는 자가 생식이 가능한 레플리컨트가 등장하면서 인간과 레플리컨트 사이에 일어난 위험들을 걱정하는 대사들도 등장한다. 실제로 2편에 등장한 레플리컨트 조직의 수장이었던 프레이사는 생식 기능이야 말로 레플리컨트들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의지를 지닐 수 있는 증거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인간과 레플리컨트를 구분 짓는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 담긴 철학적인 내용이나 상징들 보다도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인간과 레플리컨트 사이에 존재하는 지배 관계와 사회적 구조가 더욱 신경 쓰였다. 폐허가 된 지구에서 인간들은 레플리컨트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살아간다. 그 예가 타이렐과 월레스 두 회사라고 생각한다. 디스토피아적인 도시의 모습과는 달리 두 회사의 모습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묘사되며 영화 속에서 보면 타이렐과 월레스 회장의 모습은 굉장히 깔끔하다. 로이를 비롯한 레플리컨트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도 인간으로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다. 자신을 창조한 신인 타이렐을 찾아갔지만 자신을 살게 해 줄 수 없다는 신의 대답은 로이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 시한부 인생 선고와 동시에 몇 시간 뒤면 죽을 거라는 확정 판결일 것이다. 그런 신을 원망하고 죽이고 싶은 감정은 가장 인간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외관만으로는 인간과 레플리컨트가 구별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각종 검사를 통해 밝혀내려는 것인데, 과연 레플리컨트는 존재 자체로 죽어야만 하는 존재일까?
2편에서는 이런 질문이 심화된다. 인간과 같은 생식 기능이 가능한 레플리컨트의 존재는 인간에게 존재를 위협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존 사회 체제를 뒤엎을 만한 요소로 인식된다. 그래서 월레스 사는 이를 찾아내려고 안달 내고 경찰은 이를 묻어버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K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사회적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그저 아버지와 딸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레플리컨트인 K가 이런 행동을 한 후에 맞이하는 죽음의 장면은 왠지 1편의 로이가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2편에서는 가짜와 관련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K의 홀로그램 여친이었던 조이(월레스 회사의 상품), 데커드를 회유하기 위한 월레스 사가 만든 레이첼의 복원 버전(데커드는 그녀의 눈 색깔을 통해 가짜라는 것을 인식한다), 그리고 딸을 숨기기 위한 K의 존재까지.
생각해보면 이런 비슷한 일은 지금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 성형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은 인조로 만든 보형물을 체내에 삽입한 상태로, 온전한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 일부분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것이고 진짜가 아닌 가짜인 형태인 것이기 때문에 성형한 사람들의 원래 모습을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한다. 연예인 누구가 성형을 어떻게 했는지, 아는 지인이 어디서 성형을 했는데 잘 됐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관심 있게 듣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이미 인간다움에 대한 기준이 어떤지를 살펴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쁘게만 되면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사기를 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요점은 가짜와 진짜 사이에 구분 짓는 것이 새로운 권력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너와 나는 다르다'는 말 한마디로 인해 인간인 이상 우리들은 우위를 따지게 된다. 다른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이를 이용하거나 우위에 서기 위해 온갖 방안을 모색하는 게 인간이다. '아 그래도 나는 이런 점에서는 쟤보다 낫지.', '내가 어떻게 하면 쟤처럼 잘 나질 수(높은 위치, 혹은 계급으로 갈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은 곧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것이다. 로이가 살고자 하는 욕망에 충실하고 데커드가 사랑하는 레이첼을 살리기 위해 사회로부터 도망가고, K가 데커드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거절하고 딸과 만나게 도와주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든 선택들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선택이다. 선과 악, 위와 아래, 정답과 오답, 진짜와 가짜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논리는 우리 사회를 폐허로 만드는 핵폭탄과 같다는 걸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때때로 우리는 차악과 최악 중에 선택을 해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K는 홀로그램 여자친구였던 조이를 광고판에서 다시 보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신의 유일무이한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던 조이가 고작 월레스 사의 상품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상실감에 빠진 그에게 광고판 속 조이도 자신과 함께 하던 조이였을까? 아니라는 것을 그는 깨닫는다. 0과 1로 프로그래밍된 홀로그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도 평범한 레플리컨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는 레플리컨트로서가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서 데커드를 구하고 딸을 만나게 하는 선택을 한다. 자신이 선택에 대한 대가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다른 레플리컨트들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인간에게 증명받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진정한 의미로 인간다운 자유의지를 보여준 것은 K라고 생각한다. 레플리컨트지만 레플리컨트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에 기반한 자유로운 선택을 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1편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데커드도 레플리컨트라는 점이다. 이 점은 감독 피셜이고 작중 각종 정황들도 이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그런 점에서 세 레플리컨트, 데커드, K, 그리고 로이는 각자 달라서 닮은 존재이다. 인간의 DNA는 99%의 유사도를 가진다고 한다. 이 지구의 인간들이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1%도 안 되는 유전자 차이로 인해 외형이 달라지는 것이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홍채도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다. 이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사람마다 인지하는 세상은 다르기 마련이다. 발달한 카메라의 몇 천만 화소로도 따라오지 못하는 눈이지만, 감각기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인 이상 겪을 수밖에 없는 한계, 차이를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자신이 보는 세상만이 진짜인 것 마냥 굴어서는 안 된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항상 인지해야 한다. 내가 베푼 호의가 누군가에겐 비수가 되지 않으려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자신만의 눈으로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다름을 고려한 자신만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달라져오는 상대적인 가치일 뿐이다. 로이가 죽어가며 경고했던 공포 속에서 사는 노예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름을 닮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