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다 살랑 Feb 09. 2024

르뱅쿠키와 손흥민과 최선을 다하는 것의 상관관계

르뱅쿠키를 놓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처절한 사투로 브런치 매거진을 내볼까.

사실 사투까지.. 는 아니고 정말 딱 끊을 생각은 없고 적당히만 먹으려고 하는

이놈에 적당히가 안된다. 개를 먹으면 또 개를 부르고 이 개는 또 개를 부른다.


다들 식탐조절 잘들 되시나요? 저는 잘 안됩니다.

뭔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얼른, 당장, 오늘 안에 먹고 싶다. 물론 이래서 adhd약을 먹고 있지만 약빨이 없으면 정말 절제가 안된다. 작년보다 3-4kg 늘어난 뱃살과 허벅지로 우울해지고 그 우울함 때문에 르뱅의 달콤함을 다시 찾는 것, 요즘 나의 모습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아리따운 그대, 르뱅쿠키여 널 어찌하면 좋니

적당히 우아하게 우리,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날 수는 없는 거니.

브런치에 르뱅이 싫다는 확언글을 쓰고 나서 한동안 조금 먹긴 했다. 서서히 줄인다 싶었는데 그 대신 생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먹는 걸 스트레스를 는 타입인가 보다. 생라면은 몸에 진짜 안좋다해서 다시 르뱅을 찾고 있다. 이 무슨 시소 타기냐 아 정말 울고 싶다.


역시 나는 일평생 절제라곤 안 되는 사람인가 싶어 또 우울을 파고 들어가려 한다. 우울은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픈 겨울아침 이불 속이다. 아침이 밝아 일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 기어들어가고 싶다. 왠지 루틴대로 성실히 잘 살고 있으면 내가 아닌 것 같고 뭔가 하나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기도 한, 그래 내가 그렇지 하며 그냥 드러눕고 싶은 나의 편한 피할 자리 우울.



또 한 가지 포기하기 싫은 게 있다. 최근 들어 빠지게 된 축구.

정확히 말하면 축구가 아니라 이강인과 손흥민이다. 그들을 좋아하면 곤란한 것이 경기가 다 새벽에 있다. 새벽에 경기를 다음날 하루종일 헤롱거리 거나 루틴이 깨져 아이들 돌보기나 집안일이 엉망이 된다. 생활리듬이 깨진다. 그런데도 안 볼 수가 없는 게 이번 아시안컵 그중에서도 특히 손흥민을 통해 받은 감동과 배움이 얼마나 컸던가. 종료직전까지 포기 않는 투지와 리더십, 그리고 사력을 다하는 최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온 힘을 부어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나는 한 번이라도 그런 적이 있던가.


아 내 인생 최초로 어쩔 수 없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던 일이 두 번 있었다.

물론 찐으로 맞서기엔 무서워서 무통주사의 힘을 빌리긴 했다만 아이가 나올 즈음엔 나도 모르게 젖 먹던 힘까지 짜내졌다. 처음으로 온 힘을 다한다는 게 뭔지 알게 됐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자존감이 좋아졌다. 물론 약도 먹고 말씀도 묵상하며 여러 가지가 영향을 주었지만 그중 하나가 출산이었다. 처음으로 뭔가를 해냈다(?)는 기분. 그 후 육아과정에서 자존감이 다시 바닥을 치기도 했지만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아이를 낳기 위해 저절로 최선이 다해지던 내 몸의 수고를 깎아내릴 건 아니지만 출산 말고는 무엇인가 사력을 다해본 적이 없다. 늘 벽을 만났고 주저앉았고 포기와 우울로 피했다. 사력을 다하는 게 뭔지도 모르거니와 사력을 다해도 안된다는 것만 확인할까 봐 두려웠다.

 


르뱅쿠키를 하나 더 먹으려다가 주섬주섬 잠바를 입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현관을 나가 냅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남편 몰래 꿍쳐뒀던 약간의 비자금으로 필라테스 일대일 레슨을 결제했다. 이제 내겐 조금의 비자금도 남아있지 않다. 전부(비자금)를 바쳤으니 이걸로 '사력을 다한다'의 첫 스타트는 끊은 거 같다. 르뱅쿠키를 끊겠다는 사력이 아니라, 적당히 조절하며 먹겠다는 사력이다. 이건 사력일까 아닐까 아리송하다.

20층 계단을 두 번 오르고 나서(세 번은 못 가겠다) 헉헉대는 숨소리와 터질듯한 허벅지로 쿠키를 꺼냈다. 쫀득하고 폭신하게 한입 베어문. 르뱅을 못 끊는 나를 보며 우울해기보다 기분 좋게 먹을 방법을 찾으련다. 사력을 다하진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보려는 나를 응원하려 한다. 이렇게 한겨울 이불을 걷어내고 햇빛 속으로 나아간다.

뭐 하러? 르뱅 먹으러! 아니 아니 필라테스하러!

  


사진출처 - 스포츠조선

 




매거진의 이전글 강인이가 연애한다 홍홍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