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이 중요해요. 저는 큰 꿈같은 건 진짜 안 꾸는 사람이에요. 대신 제 꿈이 오늘을 열심히 살자 최선을 다해 살자 그게 제 꿈이에요. 작은 꿈이 큰 꿈보다 더 힘들어요. 작은 꿈들이 모여서 사람들이 저를 인정해 주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항상 말씀드리는 게 큰 꿈을 꿔서 시작하기도 전에 피곤해하지 말고 작은 꿈이든지 작은 계획을 세워서 할 수 있는 한에서 하고 차곡차곡하다 보면 그 작은 꿈들이 오히려 큰 꿈을 꾸는 것보다 현실적이고 그리고 도움이 됐고」 발레리나 강수진 인터뷰 중
알고 있다. 글과 그림이 한순간에 늘지 않는다는 것.
나만의 색깔을 찾으려면 그 글과 그림이 많이 쌓여야한다는 것.
발레리나 강수진이 무대에 서기까지 하루하루 피나는 연습을 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한데 내가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걸 안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출산 시 두려웠던 건 현재 진통의 아픔보다 도대체 이보다 얼마나 더 아파야 아이가 나온다는 건지 고통의 한계를 알 수 없어서다. 아이가 드디어 나왔을 때 생명의 조우와 고통이 끝났다(착각이었)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끝이 여기구나 라는 안도감 때문에도 기뻤다. 그리고 또 하나, 온 힘을 쏟아 최선을 다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알게 된 기쁨이 있었다.
즐기며 쓰고 그리던 행위에서 나를 증명하고 드러낼 존재로 글과 그림을 바라보게 되니 욕심이 들어가고 그러다 안되니 허탈해졌다. 리프트를 타고 어서 산 정상에 가고 싶었다. 나이 마흔이 다 되어 글과 그림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다는 걸 알게 됐다.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란 책을 읽었으면서도 마흔이란 나이가 너무 조급했다. 한 발 한 발 걸어서 언제 저길 가나. 또 너무도 평범한 내가 많이 쓰고 많이 그린다고 뭐가 얼마나 더 나아질까. 지금이라도 좋아하는 걸 찾은 건 그래도 감사한 건데... 생각은 계속됐다.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회가 열린다고 했다. 당연히 아무 의욕이 없었는데 같이 브런치 작가가 된 글친구들이 간다고 한다. 글을 쓸 영감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갔다 온다고 뭐가 다르겠어, 시간낭비 돈낭비 체력낭비. 그 시간에 글이나 쓰지. 그래도 글친구들이나 만나고 오자며 나를 잡아끌었다. 전시는 소박했다. 마치,소박하고 무명한 내가 한 편 한 편 글을 써서 느릿느릿 가고 있는 여정과도 같았다. 작가가 되면 화려한 삶을 살 수 있어요,가 아니라(누구도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데) 여러분, 글 쓰세요, 계속 쓸 수 있게 연구하세요. 하고 독려하는 것 같았다. 레드카펫이 깔린 작가의 여정을 꿈꿨는가(나여)? 나는 그저 오늘 하루 한 개의 글 혹은 한 개의 그림을, 그것도 완성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뿐이다. 그리하여 일주일에 겨우 한 개의 글, 한 개의 그림을 소박한 실력으로 완성할 뿐이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하루치의 최선이다.
전시에서 만났던 글친구 중 한 명이 집으로 돌아가 강수진의 영상을 보며 나를 떠올렸단다. 알고 있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인 것을. 큰 꿈을 위해선 작은 꿈부터 이뤄야 하는 것을. 너무 당연해서 인식하지도 않았던 이 명제가 글친구의 응원을 통해 내게 비로소 각인된다. 그냥 오늘 하루 잘 살자. 새벽(은커녕 아침)기상 못했다고 탓하지 말고, 애들 등교 후 드러누워 유튜브 좀 봤다고 너무 못나하지 말고. 그래? 지금까진 드러누웠을지라도, 지금 일어나자. 지금 일어나서 할 일을 하자. 지금부터 시간을 잘 보내자. 실행가능한 오늘치 계획을 세우고, 혹여 못 지키더라도 상심하지 말고, 아침이 되면 만회할 수 있는 또 하루를 주신 것에 감사하자. 작은 꿈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