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연히 주식 종목을 무료로 추천해 준다는 오픈 채팅 방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김두한을 만났다.
그곳에는 이미 방장인 주식깡패 김두한을 포함해 10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그곳에 합류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난 먼저 방분위기를 살피며그곳에 남겨지는 메시지들을 읽기만 했다.
아 주식 리딩 업체는 보통 일정 금액을 받고 주식을 추천해 주는 곳인데 회원 가입에 앞서 맛보기로 며칠 무료로 종목을 추전 해 준다. 그곳에 한 번이라도접속한다면 알고리즘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번호로 무료 주식 정보를 공유한다는 미끼를 던지며 연락이 온다.
내가 귀 얇은 개미라는 정보가 널리 이롭게 퍼져 그들의 먹잇감이 되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나도 무료 종목만 추천받아보라는 온라인상 누군가의 설득으로 그 오픈 채팅방에 입장하게 되었다.
그곳의 분위기는 김두한은 마치 교주 같았고 나머지 멤버들 모두 김두한을 떠받들고 있었다.
그럴수록김두한은 의기양양하며 자신을 치켜세워 달라는 뜻인지
"형님"을 채팅 방에 치게 했고 사람들은 형님을 쳐대며 김두한을 추종하기 시작했다.
필시 김두한은 본인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오픈 채팅방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섬겨주는 걸 즐기는 미친놈 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참 희한한 광경이었다.
다음날 아침
주식 장이 열리기 10분 전 김두한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종목을 하나 던지며 기세 등등 형님을 외치라고 종용하기 시작한다.
속으로 생각했다.
사기꾼 새끼가 얼마나 제대로 된 종목을 주나 보자 라는 심정으로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굶주린 한 마리 짐승 같이 그 방 사람들은 모두 다시 형님을 외치며 그 종목에 올라타기(매수하기) 시작했다.
거짓말 같이 김두한이 추천한 종목은 순식간에 빨간 막대를 위로 솟아 올리며 수익을 주기 시작했다.
그때 또다시 김두한의 매도 사인이 떨어진다.
방 사람들은 돈을 딴 기쁨에 환호성 섞인 김두한 형님을 외쳐 대기 시작했다.
순간 여자이지만 나도 저들 사이에 껴서 형님을 외쳐야 하나 싶을 정도의 놀라운 수익 실현 인증샷 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음날 나는 결심했다.
주식 깡패 김두한이 그날 추천해 주는 종목을 무조건 사기로..
그리고 오전 9시 전 김두한은어김없이 속았지롱이라는 종목 하나를 채팅방에 매수가와 함께 던졌다.
난 기다렸다는 듯 종목과 매수가를 스캔한 후 장이 시작 됨과 동시에 매수 버튼을 눌렀다.
빨간 불기둥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이미 사고 싶은 물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팔지 말지를 고민하던 차 김두한이 내일까지 홀딩하란다. 그럼 내일도 오른다는 말이잖아..
기분이 좋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빨리 잠들어 다음날 아침 9시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나도 그들 틈에 껴서 결국 형님을 외치고야 말았다.
형님
다음날 그아침 까지도 김두한은
속았지롱 종목을 가지고 있으라고 했다.
즉 매도 신호를 주지 않았다.
주식 앱에서 장 시작을 알리는 알림이 뜨고 가슴 벅찬 기대감으로 주식앱을 열고속았지롱을 봤다.
하한가...
잉? 눈을 씻고 다시 봐도 하한가
매도세에 빠져나갈 방도도 없고 속절없이 불어나는 마이너스를 보고만 있어야 했던 난
채팅방으로 돌아가서 김두한을 찾았다.
이미 나가고 없다.
방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하며 절규했다.
주식 깡패 김두한은 형님에서 쓰레기로 신분이 변동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어쩌면 한편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내 손실만 커 보였고
그렇게 결국 손절을 하게 된 속았지롱은내게 자괴감과 손실을 동시에 안겨주고 큰 교훈과 함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주식 깡패 김두한은 아직까지 잊히지 않고 기억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프로필 사진 속 검은 중절모 이미지의 그를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상상 속에서 수십대의 싸대기를 난 그 중절모 김두한에게 날렸다.
오늘 포털에 주식 리딩방 암행 점검반이 뜨길래 옛 생각이 나서 부끄러운 일화를 하나 써 본다.
쉽게 돈을 벌고 싶어 했던 마음이 쉽게 돈을 잃게 만들었다. 내 경우를 타산지석 삼아 근본 없는 주식 리딩방에서 손해를 보는 사람이 부디 없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