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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Mar 15. 2024

내 공간, 내 시간

Don't touch me

사람은 관계를 맺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왜

나만의 렇게 소중히 여기는지 모르겠다.


물리적인 것들

예를 들면  내방, 내 공간, 내 물건이 필요하고 심지어 시간마저도 오로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인간은 고독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기저에 깔고 사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결혼 후 내방이 사라졌다.

내방은 없어지고 부부의 방이 생겼다.

부부는 물건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게 될지라도 잠은 함께 자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리 배웠다.


그러다 아이들이 자랐고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게 된 지 오래다.

남편과 같은 방을 쓰던 나 역시 그때부터 나만의 공간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공동의 공간인 거실로 나왔다. 


그때쯤 되니 아이들이 본인의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거실은 공동 공간이란 명칭이 무색해졌고 거의 내 독차지가 되었다.

처음에 조금 불평하던 남편도 이제 혼자 자는 게 편한지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사실 남편은 밤새 티브이를 틀어 놓고 잔다. 난 중간에 그 소리에 깨서  티브이를 끄고 다시 잠들곤 했다.

곰탱이 같은 남편은 고용한 밤 티브이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잘만 자는 사람이었고 난 사실 그게 불편했다.


나와 똑같은 인간은 없다. 부부라도 오랜 시간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의 습관이 완벽하게 일치 하긴 힘들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고치려 들면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다.

그냥 자신 만의 공간으로 들어와 편하게 지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부부일지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부부 사이에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저냥 한결같은 남편과 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같다는 사전적 의미의 한결같음이니 좋고 나쁨의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잠자리 역시 거실로 옮기게 되었고

자기 전 누워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금이 무척이나 편하다.

지난 주말에는 밤새도록 킬러** 쇼핑몰이라는  드라마를 계획에 없이 몰아봤다.

끊기가 힘들어 다음날 아침을 반납할 것을 각오하며 몰입했다.

내 공간에서 내 시간으로 가능한 작은 행복이다.


누구에게나 침범받지 않을 자신만이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곳은 나의 성이다. 언제나 개방되어 있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은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아니 들어올 사람이 없다.

말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입을 꾹 다물고 내게만 집중하면 된다. 

오히려 말을 한다면 이상할 수도 있다.



오늘 나는 이 공간으로 흐르듯 들어가 5시간 동안 나오지 않을 것이다.( 출근 전 5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나는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채 이곳에서 제대로 망가질 것이다.

과자를 한가득 입속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보고 싶던 영화를 볼 것이다.


커피를 쫓기듯이 마시지 않고 여유롭게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며 몸에 충전할 것이다. 

그러다 막상 잠이 오면  버릴 것이다.

오로시 5시간의 내 시간을 나만의 공간에서 그렇게 망가져 보낼 것이다.

입을 떼서 소리를 낼 필요가 없다.

멍청이처럼 있어도 뭐라 할 사람도 없다.

내가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이 공간과 이 시간 안에서는 괜찮다.

그때가 지금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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