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Mar 03. 2024

소비욕구에 시달리는 3월

착수 전 소비하는 자세

봄이라 말하지만 겨울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질척 거리는 듯한 3월이다. 바람이 차서 봄을 느끼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달력은 이미 넘어갔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마음가짐부터 고쳐 먹고자 다짐에 다짐을 해 보지만 마음 가짐 보다

신학기 준비를 위한 소비 다짐을 하는 시기가 되어 버린다.


아이들 실내화 사이즈를 확인한다.

새 학기니 그래도 새 신 정도는 신어 줘야 모양새가 살지 그  신이 운동화가 아니라 실내화라는 사실에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오지만 꿋꿋하게 실내화를 사러 길을 나선다.


서점에 들러 학원의 새 학기 교재들을 둘러본다.

사랑하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곧 나의 자존심

레벨 별로 둘러보다 에라 모르겠다

읽고 싶던 책  권을 덤으로 골라본다.

집에 있는 책도 아직 안 본 게 천진데 둘 곳도 없는 책 더미에 또 책 한 권을 보탠다.

3월이니 마음 가짐을 새로이 하고 책 읽기를 더 열심히 하기 위함이라는 어쭙잖은 핑계를 대 본다.

일단 사놓고 보자.


그래도 직장인인데 3월에 샤방한 옷 한 벌 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추위에 취약한 몸 겨울 내 꽁꽁 싸매느라 고생했으니 이제 두꺼운 코트는 넣어 두고 샤방해져 보자.


파스텔 톤 카디건에 흩날리는 꽃은 아마도 나의 매력을 올려주는 자연산 소품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안 쓰는 탭을 이용해 글 쓰기에 더 정진하고자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는 케이스도 구매했다.

이러다 대작가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새롭다의 

가 주는 설렘과 그로 인한 다짐은 희망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뭔가 더 잘 될 것 같다. 물론 아닌 경우가 더 많지만 잠시나마 그런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3월은 마음가짐과 더불어 뭔가 착수하기 전에는 꼭 걸맞은 아이템이 필요한 듯 느끼는 몹쓸 심리가 소비 욕구를 자극해 자동으로 마트나 백화점으로 나를 인도한다.

 


마트 계산대에 전에 없던 긴 줄은 나 같은 사람이 많음을 증명하는 듯 착각이 들어 돈을 써도 한결 마음이 가볍다.


일 년 열두 달 내내 이 희망과 다짐이 반복되겠지만

지금의 희망과 다짐이 마지막인이곳저곳 기웃거리며 3월을 핑계로 소비한다.


학생이 공부하기 전 책상을 청소하고 학용품을 새것으로 바꾸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새 학기 대비 나의 소비는

남들이 보기에는 소소할지라도 뭔가 준비가 된 듯한 느낌으로 개인적 만족감은 크다.


그저 지나가는 평범하고 똑같은 일상이지만

그래도

봄의 시작 3월부터는 다 잘 될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산율 최저를 보는 현재 시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