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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여 봅니다
소비욕구에 시달리는 3월
착수 전 소비하는 자세
by
송주
Mar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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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 말하지만 겨울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질척 거리는 듯한 3월이다.
바람이 차서 봄을 느끼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달력은 이미 넘어갔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마음가짐부터 고쳐 먹고자 다짐에 다짐을 해 보지만 마음 가짐 보다
신학기 준비를 위한 소비 다짐을 하는 시기가
되어 버린다.
아이들 실내화 사이즈를 확인한다.
새 학기니 그래도 새 신 정도는 신어 줘야 모양새가 살지 그 새 신이 운동화가 아니라 실내화라는 사실에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오지만 꿋꿋하게 실내화를 사러 길을 나선다.
서점에 들러 학원의 새 학기 교재들을 둘러본다.
사랑하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곧 나의 자존심
레벨 별로 둘러보다 에라 모르겠다
읽고 싶던 책
한
권을 덤으로 골라본다.
집에 있는 책도 아직 안 본 게 천진데 둘 곳도 없는 책 더미에 또 책 한 권을 보탠다.
3월이니
마음 가짐을 새로이 하고 책 읽기를 더 열심히 하기 위함이라는 어쭙잖은 핑계를 대 본다.
일단 사놓고 보자.
그래도 직장인인데 3월에 샤방한 옷 한 벌 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추위에 취약한 몸 겨울 내 꽁꽁 싸매느라 고생했으니 이제
두꺼운 코트는 넣어 두고
샤방해져
보자.
파스텔 톤 카디건에 흩날리는 봄꽃은 아마도 나의 매력을 올려주는 자연산 소품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안 쓰는 탭을 이용해 글 쓰기에 더 정진하고자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는 케이스도 구매했다.
이러다 대작가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새롭다의
새가 주는
설렘과
그로 인한 다짐은 희망적이라는 측면에서
참
긍정적이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뭔가 더 잘 될 것 같다. 물론 아닌 경우가 더 많지만 잠시나마 그런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3월은 마음가짐과 더불어 뭔가
착수하기
전에는 꼭 걸맞은 아이템이 필요한 듯 느끼는 몹쓸 심리가 소비 욕구를 자극해 자동으로 마트나
백화점으로
나를
인도한다.
마트 계산대에 전에 없던 긴 줄은 나 같은 사람이 많음을 증명하는 듯 착각이 들어 돈을 써도 한결 마음이 가볍다.
일 년 열두 달 내내 이 희망과 다짐이 반복되겠지만
지금의 희망과 다짐이 마지막인양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3월을 핑계로 소비한다.
학생이 공부하기 전 책상을 청소하고 학용품을 새것으로 바꾸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새 학기 대비 나의 소비는
남들이 보기에는 소소할지라도 뭔가 준비가 된 듯한 느낌으로
개인적 만족감은
크다
.
그저 지나가는 평범하고 똑같은 일상이지만
그래도
봄의 시작 3월부터는 다 잘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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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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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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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읽고 쓰며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쓰다 보면 길이 생길 것을 믿습니다. 세상 모든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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