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Mar 01. 2024

출산율 최저를 보는 현재 시점

현재 진행형 중고등 엄마 시점

"누가 애 낳겠어? 난 애 안 낳는 사람들 이해가 돼"

칠순의 아빠 앞에서 저 소리를 했다가

난 졸지에 이완용 급 역적이 되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일 , 살림을 다 해 보고 산 아니 살고 있는 대한민국 아줌마는 아주 이기적인 머릿속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출산율 0.6에 놀래 자빠진 나라가 관련기사들로 포털을 도매 중이다.

18년 간 이 과정을 겪고 살다 보면 0.6이라는 출산율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닌 것 같다.


저 모든 과정은 이론적으로 아주 행복해야 맞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은 물질적 , 정신적 측면으로 나눠 긍정적으로 본다면  행복을

못 누리는 딩크 족이나 비혼자들이 안타까울 정도다.


내 아이를 품고 낳던 과정과 순간

기고, 걷고 , 엄마를 부르던 작고 소중한 내 아이의 행동과 그 당시 말투


죽기 전까지 이 이상의 희열을 맛보기는 힘들 것 같다.

아직 까지 십 대의 아들 둘의 발을 깨물고, 귀를 파주고 뽀뽀를 갈구하는 모지란 엄빠가 비단 우리 가정의 모습 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이상적인 겉보기 등급의 출산과 육아이다.



출산 이후에는 현실판 육아 전쟁을 치르며 일단 잃는 것이 많아진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나를 내어 놓는 과정이라 이 정도 희생이야 감수하고 이 전쟁을 준비했지만 역시 멀리서 보는 것과 내가 겪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잠을 못 자는 건 기본 

늘 풀린 동태눈으로 정신은 아득하다.

모든 것을 당연히 아이에게 맞춰야 한다.

육아로 인한 남편과의 다양한 갈등도 피할 수가 없다.

독박 육아라는 말이 왜 생겨 났겠는가?


아이가 저 내일 독감에 걸릴 예정이니 누구라도 저를 봐줄 사람을 불러 주세요

라고 하는 일도 없으니 상비 육아 인력이 없는 긴급한 경우 직장맘은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다.

서서히 나를 잃다가 정신을 차릴 때쯤이면 나이가 들어 있고 아이는 내 키를 훌쩍 넘어선다.

나열한 고충들이 빙산의 일각 정도이지만

이 정도야 아이를 기르면서 누구나 겪는 과정일 뿐이다.



어릴 때는 힘들지만 그래도 네가 있어 너무 행복해의 연속이라면

아이들 머리가 굵어지는 그때부터 저걸 내 뱃속으로 낳았나 싶은 순간이 온다.


부모보다 잘 살기 힘들다는 80년 전 후 세대의 등장과 더불어 출산율은 낮아지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90년생 들의 등장으로 출산율은 최저를 찍었다. 앞자리에 20이 붙인 생소한 숫자의 젊은 Z 세대들은 전 세대 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계산적이라 출산율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 같다.


대한민국은 경쟁사회이다.

교육열이 월등히 높고 40대 중반인 나 역시 주변에 대학을 안 나온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적당히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을 가졌고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높은 곳을 보도록 설계되어 있는 듯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린다. 

적당한 또는 그 이상의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부모들은 본인들 이상으로 아이가 자라주길 바란다.

고학력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음을 우리는 살아봐서 너무나 잘 알지만 60년 이상 아이의 성실을 증명해 줄 학벌이 내 아이가 잘 살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생각하고 그것에 목숨을 건다.

아이를 명문대에 보낸 엄마들을 동경하고 자식 농사 잘 지은 축에 속하는 그들은 실제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사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경우에도 아닌 경우에서 부모 입장에서 놓기 힘들다.


하지만 더 현실적인 고충은

언제까지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르고 칼바람에 내가 희생양이 될까 두려워하는 많은 월급쟁이 부모들의 가성비 문제이다.

사교육비야 말로 경우에 따라 투자금 대비 회수율이 영프로 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내해야 하는 투기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언제까지 부어야 하나 싶은 부모의 심각한 고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학원비가 내달부터 5만 원이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고도 컴퓨터에게 뽀삐라는 애칭을 지어주고 사랑에 빠진 아이들을 보니 내가 이러려고 아이를 낳았나 자괴감이 밀려온다.



부모란 자식에게 내 등골 정도야 당연히 내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던가

하지만 등골을 내주었는데 욕 나오는 성적표를 선물로 들이밀거나 학교에서 심장 떨리는 연락을 받게 만드는 아이를 보면 그 등골을 다시 돌려받고 싶다.


여기다 흔히 말하는 등골 브레이커 삼종 세트(교정, 성장 주사, 드림 렌즈)에 내 아이가 하나라도 해당하면 또 목돈이 깨진다.

이 모든 것에 해당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모든 것이 유전이라는 허무맹랑 한 소리를 듣고 있자면 자동으로 어깨가 처지고 유전의 법칙을 말한 멘델을 후드려 패고 싶다.

부호화된 만 구천여 개의 유전자 중 어떤 조합이 이루어지면 얼굴도 성격도 태도도 닮지 않은 아이가 태어나는지..

성실하고 지능 높고 말 잘 듣고 건강한 유전 인자를 타고나지 않는 이상 부모의 마음고생은 현재 진행이 될 수도 있고 미래 진행형이 될 수도 있다.



옛날에는 성실하기만 하면 먹고살 걱정은 안 한다고 했다. 지금도 저 말에는 동의한다.

성실하게 뭐라도 한다면 먹고는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뤄 낸 거 없이 성실하기만 하면 최저 시급으로 먹고살 수 있다. 혼자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겠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물가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

서민 음식 국밥 한 그릇이 만원에 이르고 어제 먹은 손칼국수는 구천 원이더라.

한번 오른 물가는 낮아졌다 하더라도 체감으로 느끼기는 힘들다. 이미 원자재나 원료 값이 올라 있는 상태에서 쉽사리 물가가 떨어질 리 없다.


부모란 아이를 위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많은 희생을 담당하는 역할을 가진 자들이다.

결혼, 출산, 육아, 직장

다 겪고 살아 와 보니 내 아이도 이런 길을 밟아 올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나 조차도 내 아이에게 결혼을 종용하기 힘들 것 같다.


(돈이 상당히 많다면 이 모든 경우의 수에 해당이 안 된다.)



출산율이 낮아 나라의 소멸을 걱정하는 이 시국에 이기적인 생각을 꺼내 글로 옮기니 살짝 겁도 난다.

하지만 중고등 아이들을 키우며 맞벌이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느끼는 현시점에서 출산율의 우상향에 대한 기대는 부정적이다.


https://brunch.co.kr/@salsa77/38


https://brunch.co.kr/@salsa77/36


매거진의 이전글 이렇게 절제를 못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