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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Mar 01. 2024

이렇게 절제를 못해서

빵은 못 참지

빵을 안 먹겠다고 다짐했다.

선언하지 못한 건 그 다짐이 여러 번의 실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다짐의 이유는

소화가 안된다.

이제 건강하게 챙겨 먹을 나이다.

당뇨 가족력이 있다.

난 임신성 당뇨에 걸린 적이 있어 고위험군이다.

그리고 멈출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쌀(백미), 빵, 떡, 죽 등의 한 글자 음식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 빵은 식이섬유가 없어 소화될 때 탄수화물 결합이 끊어져 빠르게 흡수된다.

빠르게 흡수된다는 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 위에 이유만으로 빵을 절제해야 할 대의적 명분이 충분하다.


하지만 입에 맛있는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는 슬픈 사실의 음식 중 하나기 설탕이 듬뿍 들어간 빵이다



어느 날 학부모님 한 분이 직접 만든 휘낭시에를 선물해 주셨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얼마 전 본 웡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웡카가 만든 초콜릿을 입 속에 넣고 공중으로 몸이 뜨는 사람들처럼 난 휘낭시에 한입을 먹고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꼈다.

부드러운 빵의 감촉이 입안에서 행복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빵과 친해지면 안 된다.

빵은 자꾸 사람을 홀린다. 맛없기도 힘든 재료들로 꽉꽉 채워진 빵은 혀를 홀리기에 충분하다.


보기 좋은 빵은 먹기도 좋고 보기 안 좋은 빵조차 맛만 좋다.


그래서 입은 호강하고 위는 괴롭다.

먹고 나면 밥 생각이 나는 이유는 뭔지 

탄수화물 중독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다.

빵에 길들여져 뱃살과 대사 증후군을 얻는다면 더 문제다. 

정신줄을 잡고 선물 받은 휘낭시에 중 단 한 개만 먹었다. 그러나 다른 토핑의 휘낭시에를 하나 더 먹을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또 먹어버렸다.


그날따라 퇴근하는 남편의 손에도 내가 좋아하는 파운드 케이크가 들려있다.

이제 정말 멈춰야 하기에

난 빵 따위에 속절없이 휘둘릴 사람이 아니기에

생각날 때 가끔 먹기 위해 칼로 파운드 케이크를 썰어 소분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썰면서 먹어 버리는데 소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더부룩한 배를 부여잡고 잠든

다음날 아침 눈 뜨니 머릿속 말풍선 위로 "빵"이 두둥 떠오른다.

또 먹어버렸다.

아침 식전에 먹어버렸다.

다 먹어 버렸다.

빵은 왜 이렇게 맛있어서 티브이 건강프로에서 자제하라고 떠들어 돼도 듣는 순간뿐 반대쪽 귀로 흘려보내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내가 문젠지 빵이 문젠지도 모르겠다.


금연 금주

그게 그렇게 어렵다고들 한다.

담배는 안 피워봐서 금연은 모르겠고

금주는 숙취로 생사를 오갈 정도라 자동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빵은 금빵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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