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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Feb 27. 2024

아줌마의 사랑법

사랑 그게 뭔데

내 사랑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 한 편

'차박'

재미는 접어두고 영혼 없이 보다 말다 하다

대사 하나가 꽂혔다.


"내 모든 걸 버려도 누나만 있으면 괜찮다고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뭐 대충 내용은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차박을 하던 신혼부부가 살인마를 만나게 되는데

내연 관계에 있던 사촌 동생이 우연히 차박 하는 누나네를 쫓아와서 누나의 상황을 보게 된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인 누나는 사촌동생을 살인마로 오해하고 답답함에 똥줄이 타는 사촌 동생이 사랑하는 누나를 껴앉고 자기의 사랑을 믿어달라 하고 있는 장면에서 저 오글거리는 대사가 나온다.


아줌마의 시선에서 보는 저 대사는


"내 모든 걸 버려도 누나만 있으면 괜찮다고"

3년 내에 저 말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설마 정말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버릴 건 아니지?

그럼 정말 천하의 병X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그래 원래 이루지 못한 사랑은 늘 미련이 남아 더 애절하지 


사랑의 정의를 생각해 본다.

부모의 절대적인 사랑을 제외하고

남녀 간의 사랑만을 두고 본다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이론적으로 3년 길어봤자 4년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고증해 본다면

지금의 남편과 어린 시절 만나 4년 연애 끝에 결혼한 게 아니라 헤어졌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우리는 1년 365일 중에 360일은 만났다. 교양 과목도 함께 듣고 동아리 생활도 함께 하며 늘 붙어 다니던 지금의 남편 인 그때의 남자 친구가 나는 너무 좋았다.

다툰 날은 괴로웠고 

남편 없는 내 인생은 상상이 안 돼서 울기도 했다.


3년이 지나고 4년쯤 되니 긴 연애가 지루하고 지리하고 지겨워졌다.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지다가 연락도 안 하는 사이가 되었다면 믿어질까?

늘 숨 쉬듯 함께 하던 우리가 사회생활에 바쁘고 연애는 지겹고 서로에게 소원해지다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뚝 연락을 끊었다.


그렇게  열렬히 사랑하다 지부지 끝난 연애 뒤에는 아쉬움보다 자유와 새로운 만남이 있었다.


여기서 운명을 결정짓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별 후 소개팅이든 미팅이든 만나는 사람마다 헤어진 남자 친구와 비슷한 사람을 골라 사귀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사랑은 변해도 취향은 변하지 않아 사람은 제 발등을 찍는 모양이다.


내 경우를 일반화시키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사랑하다 헤어져 죽니 사니 하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실제로 죽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다들 전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 비슷하든 아니든

다른 사랑을 찾고 잘 먹고 잘만 살더라.


그래서 나는 남녀 간의 사랑

그 자체의 의미는 거룩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절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편과 난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 결혼이라는 한배를 타게 되었다.

그전 연애기간에  다시 시작한 연애 기간을 더해 긴 연애 끝에 결혼을 하니 신혼의 설렘 보다 현실의 고충이 더욱 와닿았다.

역시 사람은 사랑만 먹고살 수 없는 것이 확실했다.

대신 남편과 나는 우리 만의 곡절을 겪으며 믿음으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함께 꾸려 나갔다.


진부하지만 한 배를 탔다는 것에 비유하였으니

믿음을 그곳에서 찾아보자면


•걸그룹 외모의 이상형 여자가 승선해 본인을 좋아해도 구명조끼 없이 나를 바닷속으로 밀어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풍랑을 만났을 때 혼자 살겠다고 조타키를 놓고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연료를 흥청망청 써 버려 망망대해에 표류해 죽고 사는 문제를 생산해 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애들이 하선한 후에도 나와 함께 여정을 계속할 이라는 믿음


이 정도면 설레는 사랑이나 익숙한 사랑이 아닐지라도 함께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 예찬론자의 십자포화가 무서워

익숙한 사랑 안에 믿음의 비중이 더 크게 자라 잡아 착각하는 것 일 수도 있겠다 라며

살짝 꼬리를 내려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대사를 보고 생뚱맞게 사랑을 논하는 아줌마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라기보다 믿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사랑하고 계신 분들 초를 치는 글을 써서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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