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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pr 06. 2024

소풍 떠난 그녀

하늘 나라로 소풍 간 할머니

삶은 유한하지만

또 무한하다


그녀가 영원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모두 울다 담소를 나누다

누가 또 울기 시작하면 같이 울다가

배가 고프면 먹다가 또 울기를 반복했다.

그녀의 죽음은 흔히 말하는 호상이다.


세상에 좋은 상이 어디 있는지

호상은 남은 사람 마음이 편하자고 만든 죽음의 아름다운 이름 정도가 아닐까?

그냥 죽음이란 이제 다시는 못 볼 누군가가 미치도록 그리울 예정이란 의미로 남은 이에게는  마냥 슬픈 일이다.



굽어진 허리만큼 고단했던 육신은

가 본 곳 보다 못 가본 곳이 더 많았고

해 본 것보다 못해 본 일이 더 많았고

맛본 음식 보다 못 본 음식이 더 많았고

내뱉던 말 보다 삼키고 울어야 했던 말들이 더 많았다.



삶은 유한하지만 또 무한하다.

내일이면 그녀는 유한을 이루고 한 줌의 재가 될 것이며 남은 이들은 옅어질 그리움을 품고 유한을 향해 무한히 걷을 것이다.


하얀 꽃들만 보이는 좋은 날 소풍을 간 그녀는

나의 외할머니 최우분 할머니이다.



다음 세상이 있다면

못 가본 곳도, 못 해 본 것도 없는, 못 먹어 본 것도 없는 삶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며..

고생 많았어요. 할머니

이제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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