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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pr 12. 2024

아이패드를 사 줘야 하나?

아들의 요구에 잠 못 드는 밤

고등학생 아들이 아이패드를 사 달라고 했다. 요즈음 아이패드가 없는 애들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쇼핑몰에서 아이패드를 검색해 보았다.

100만 원은 족히 줘야 할 것 같다.

남의 집 반려견 이름도 아닌 거금 백만 원이 당장 없다.


나는 곧장 지역 맘 카페에 아이패드가 필요하냐는 질문을 남겼다.

고등학생 자녀에게 이미 사줬다는 답변이 주로 달려 깜짝 놀랐다. 

자료 활용도가 높고, 호환도 가능하고..

등등 학생들이 패드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댓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지고 있는 휴대폰 기능도 다 활용하지 못하는 40대 중반 나는 열거된 아이패드의 기능들이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단지 요즘 부모들은 정말로 돈이 많은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난 사전 세대다.

집에 없는 사전이 없었다.

영어사전, 영영사전, 국어사전, 옥편..


요즘은 사전 들고 다니는 애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편한 세상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필기도 아이패드에 한다고 하고 이동수업 때도 아이 패드를 들고 다니며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문제집도 패드에서 다운로드하여 풀고 바로 오답체크를 한다 하니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다.

사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반에 아이들이 다 패드를 가지고 있다는 거짓말 같은 댓글도 달려있다.

전교생에게 아이패드를 지원해 주는 학교는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반 아이들 전체가 자기 소유의 패드를 가지고 있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그만큼 많은 아이들이 패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나만 사전 끼고 살던 시대에서 못 벗어나  아이들이 불편한 건지 정말 혼란스러웠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렇게 고가의 전자기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믿어도 될지 의문스럽기만 한 이때를 놓치지 않고 아들들은 나를 한층 더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엄마만 요즘 시대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이건 필시 아들들 눈에 내가 케케묵은 옛날 사람이라는 뜻인 것이다.

내가 그 옛날 그렇게  답답하다고 여기던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윗세대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대 해석까지 하기 시작했다.


이 놈들아 나도 BTS는 완벽하게 알고

배틀 그라운드도 할 줄 안다. 비록 바로 죽지만..

쇼미 더 머니도 너네 때문에 본방사수 했다.


하지만 곧 풀이 죽는다. 뉴진스가 누군지

아이패드가 뭐가 좋은지도 모르는 엄마...


굳이 항변을 해 보자면

공부라도 열심히 하고 사달라고 하면 그래도 좀 나으련만 구색만 갖추고자 하는 아들놈의 속이 뻔히 보인다 정도?

한편으로는 아이패드 안 사줘서 공부 못 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 이 요구를 들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이 안 온다.


이럴 때는 그냥 사전 끼고 살 던 그때 그 시절이 차라리 편했던 것 같다.

문제집과 허름한 독서실 자리 하나가 다였던 그때는 최소한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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