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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pr 22. 2024

SNS의 순기능

요리 채널 캡쳐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한 번 빠지면 밤샘도 가뿟하게 만드는 다양한 쇼츠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남들 하는 건 다 해 보고 싶어 기웃기웃 거리는 욕심쟁이 어른은 인스타에 반려견 영상을 올리다가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느낀다. 나이 탓으로 이유를 돌려 버리다가도 이것저것 다시 건드려 보곤 한다.

이것저것 건드려 보다 목적을 상실하고 스크롤하다 보면 어느 그 자리에 눌러앉아 버리며 아주 속절없는 인간이 되어 있곤 하다.

쌓인 설거지도 패스

개야 할 빨래도 패스

빠져든다. 빠져든다.

뇌는 이미 저 짧고 강렬한 영상들을 수용하며 그 순간 중독을 겪는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다 머문 곳은 요리 인플루언서 영상..


영상 속 그들은 망나니가 칼춤을 추듯 도마 위의 재료들을 현란하게 썰면서도 뭐 하나 흘리는 법이 없다.

양념도 뭐 조금, 뭐 조금 하면 눈대중으로 넣고 잠시 후 맛본 다음 엄지 척을 날리는 신공을 보여 주니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도전 정신이 생기곤 한다.


요리가 이렇게 간단하고 즐거운 것이던가

뭐라도 하고 나면 싱크대 전체가 초토화되어 있는 내게도 희망 섞인 도전 정신을 만들어 주는 SNS가 이럴 때는 마냥 시간만 잡아먹는 비생산적인 기능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래 뭐든 극단적으로 좋고 극단적으로 나쁜 게 어디 있겠는가?

내가 잘 활용하면 좋은 것이고 그 반대면 나쁜 이지..


얼마 전부터 요리 폴더를 만들어 SNS 요리들을 캡처해 저장해 놓았다.






찹쌀 풀의 찹쌀맨 눈으로 보이는 김치를 만들어 놀러 오신 친정엄마께 맛보라고 건네었다가 한입 씹는 순간 바로 싱크대에 뱉어 버리게 만드는 화투판 비고도리 같은 애매한 요리 솜씨를 가진 장본인이 바로 나다.

노력은 가상하나 맛은 없는 뭐 그런 음식...


하지만 오늘도 인스타를 기웃거리다 꽂힌 음식이 하나 있었다. 나도 저렇게만 하면 맛있는 한끼를 만들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희대의 굴욕적 음식 맛을 만들어내곤 하는 똥손이지만 많은 요리들을 만들어 가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 몸은 못한다고 안 하는 태도를 절대적으로 지양한다.

비록 둘이 먹다 하나 죽여버리는 음식 솜씨지만 부지런을 떨어 본다. 



닭고기는 우유에 조금 재여 놔야 누릿 내가 빠진다 하니 그렇게 시작한 오늘의 요리는

지코바 양념치킨


중요한 양념은 어느 요리든 이상하리 만치 비슷하다.

간장, 고추장, 설탕, 물엿, 마늘, 굴소스 등

난 시키는 대로 밥숟가락으로 양념을 배합해 본다.

노릿노릿 해 질 정도로 팬에 구운 닭고기 위로 양념을 붓고 양념이 잘 배도록 잠시 졸여준다.


완성된 요리는 때깔부터 지코바와 다르다.

지코바는 반질 반질 윤이 나는데

지코바 치킨은 푸석푸석 한 비주얼이다.

지코바와 맛도 완전히 다르다.


남편이 한입 먹더니 그래도 먹을만하다고 했다.

욕인가?



같은 양념에 다른 맛이 나는 미스터리에 SNS요리사들은 양념 배합에 절대적 감각이 있는 사람들인가 보다 그냥 생각하고 만다.


여하튼 SNS덕에 저녁을 한 끼를 해결 한 나는 미디어의 순기능을 잘 활용하고 있는 인간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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