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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ul 06. 2024

입력값은 "더 없어?"

어쩌다 이런 인생을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류의 인간은 엄마들이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존재들

내 눈에 그들은 자식 때문에 웃고 우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말 중 하나가

"자식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였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린지...

먹는 건 자식이 먹는데 지 배가 부르다니...

면술 걸린 사람들이 양파를 먹으며 사과맛이 난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라며 비웃었다.


난 절대 저렇게 안 살아야지

다짐했던 그때는 내가 이렇게 살게 될 줄 몰랐다.


엄마라는 타이틀 보다 내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멋지고 당당한 여성이 될 거야 라며 외쳤지만 애들 식사 시간에 맞춰 수업 스케줄까지 조정해 버리는 엄마가 되어 버렸다.


저녁 밥상

화려한 저녁 상차림은 실력 부족으로 어렵고

계란 6개를 풀어 계란말이를 만들어 주었다.

잠시  아들이  "계란말이 또 없어?" 하길래

로봇처럼 일어나 계란 6개를 또 풀었고 굽고 말았다.


내 입에 들어가는 밥도 못 차려 먹는 내가

망설임도 없이 더 없냐는 말에 자동 기립이다.


가끔 내가 설정값 대로 움직이는 로봇 같다.

아들 말에 출력값 

지시대로 바로 이행


남편 말에 출력값

손이 없나? 발이 없나?


부족한 저녁 맛있게 먹어 주는 아들들을 보니

밥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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