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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마름도 고충은 있다.

상대적 비만

by 송주

다이어트를 입에 올리면

누군가는 멍석말이를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몽둥이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래 욕을 먹을 만하다.


나는 모태 마름이다.

8살 때 엄마는 내 몸무게가 20kg를 넘으면 바나나를 원 없이 사주겠다고 했었다. 몸무게는 9살이 되어 목표치에 도달했다.


그 후로 키는 쑥쑥 자라 160이 넘어갔고 몸무게는 25kg이 늘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몸무게로 다이어트가 뭐예요?를 시전 했으니 아마도 내 주둥이를 치고 싶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을 듯싶다.

난 뼈대가 정말 얇은 사람이다. 나보다 손목이 얇은 사람은 미성년자를 제외하고 본 적이 없다.

말랐지만 얼굴에 적당히 살이 있어 윤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좋았다. 또 몸이 가벼운 것도 퍽 만족스러웠다.


세월은 강산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었다.

생명체의 노화는 불가역적이고 그 과정에서 겪는 신체의 변화는 종종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몸무게는 일정한데 광대가 드러날 정도로 얼굴 살이 쑥쑥 빠지더니 반대급부로 뱃살이 쑥쑥 자라나기 시작했다.

팔다리는 난민인데 배는 북한 노동당 간부급


몇 년 전부터 모태마름이 무색하게 먹는 쪽쪽 찌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방 세포가 신체 각 부위에 수를 늘려 공급되면 좋겠지만 내 경우는 암만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았다. 배에만 지방이 쌓이면서 몸이 둔해지고 불쾌했다.


결국 다시 제자리로 몸무게를 돌려놓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내가 40킬로 대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 쳐 죽일 이 뱃살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만족 하는 인생은 말만 쉽다.

하물며 타고난 신체에 만족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신체 콤플렉스에 관련된 수많은 단어들을 들어 본 적이 있다.

하체 비만=하비, 얼큰이=얼굴이 큰. 키작녀=키 작은 여자 등등

외모는 주변의 평가와 민감하게 관련이 되어 있기도 하다. 저런 단어들은 본인의 콤플렉스와 대중의 외모 평가가 완성한 콜라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단어를 만들어 보자면 난 중앙집중형 상대적 마른 비만이다.


전신의 지방세포에서 동일한 비율로 지방이 감소하므로 지방세포가 적은 얼굴살 등이 지방세포를 대량으로 보유한 턱, 복부, 허벅지, 엉덩이 등보다 먼저 빠진다.
<나무 위키>

젊은 때는 얼굴에도 지방 세포가 대량으로 존재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아니면 지금 내 상태를 설명하기는 힘들다. 나이 탓이라고 하면 모를까?


세월은 뱃살을 남기고 얼굴살을 앗아갔다.

모태 마름에게도 나름의 고충은 있다.




배는 표준 요상한 몸뚱이 거미형 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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