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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ul 31. 2024

망가지는 중입니다.

Feat. 휴가

짧은 휴가는 짧게 망가지는 기간이다.

일은 책임이라 퇴근 후에도 팽팽한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다음 날 일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에서 멀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루틴이 깨져서도 안된다.

나는 퇴근 후 이것저것 다 하고 다음날 멀쩡 할 자신이 없는 중년이다. 그렇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일정한 루틴대로 살게 되었다.

아주 계획적이지 못한 내가 이렇게 변한 건 세월이 앗아가 체력 탓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짧고 소중한  휴가 기간이 이대로 멈추길 바라본다. 아이들이 방학을 기다리는 것처럼 직장인들도 휴가를 기다린다.


나는 휴가가 다가오는 설렘과 기대를 오래 동안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휴가 날짜가 천천히 오기를 바라지만 바라는 건 늘 그렇듯 빨리 왔다가 훅 지나가 버린다


휴가가 금방 지나가버리고 몰려 들 허무함과 현실의 출근이 이 더위처럼 두렵기도 하다.

휴가 기간만큼은 영화처럼 다음날 눈을 뜨면 매번 같은 날이 반복되기를 바라본다. 매일이 휴가의 첫날 일 것이다. 그러면 영원히 쉬게 되는 건가?



늦게 커피를 마시고 정신이 말똥말똥해도 밤새 티비를 보다 다음날 늦잠을 자버리면 그만이다.

세상은 재미있고 보고 싶은 드라마, 영화, 애니는 천지인데 시간이 없다.

머리를 감지 않아도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마나한 화장이라도 ''이라는 접두사는 늘 부끄럽다. 민낯 금지~~

출근 전 저녁밥과 찬거리 미리 준비해 놔야 하는 압박감도 없다. 남는게 시간인데 무슨 걱정~~


아이들도 남편도 나갔다.

내일은 남편도 휴가다. 그래서 기회는 단 하루다.

에어컨을 틀고 소파에 누웠다.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왼쪽 발목을 세운 무릎 위에 올린다. 발을 수시로 꼼지락 거려본다.

테이블 위 과자가 손이 닿지 않아 배와 쿠션 사이에

끼워 넣었다. 흘리거나 말거나 꺼내 먹는다. 과자의 당분에 손가락이 찐득해도 입속에 넣고 해결해 버리면 그만이다.

아님 옷에 대충 닦아버린다. 어차피 빨 거..

그러면서 리모컨을 들고 티브이를 켠 후 보고 싶던 영화를 검색한다.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지거나 말거나 안 일어날 것이다.


난 이렇게 망가지고 있다.

너무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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