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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ug 10. 2024

꽈리고추 매워요?

답은 안 매워요 여야 함

주말 낮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주차된 차로 이동 중이었다.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검정과 하얀색의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췄다. 바로 옆 길가에 일렬로 늘어선 상인들은 고추, 옥수수 등 밭작물들을 팔고 있었다.


누군가 와서 상인에게 물었다.

"꽈리고추 이거 안 매워요?"

매우면 사지 않겠다는 뉘앙스였다. 상인은

"이거 매운 거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꽈리고추 요리를 해 보면 같은 바구니에 담겨 있던 고추라도 하나하나 매운 강도가 다르다. 어떤 건 혀를 맞은 듯 먹기 힘들 정도로 매운 것도 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상인이 저 많은 고추를 한 입씩 베어 먹어 본 것도 아닐 텐데 왜 저런 질문을 굳이 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봤다.


손님은 고추를 사겠다는 말이다. 사고 싶은데 매울까 봐 망설여지니 내 마음에 확신이 들게 안 맵다고 대답해 주세요.

하는 속 뜻이 담겨 있다.

뭔가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

설사 고추가 맵더라도 상인이 안 맵다고 말했기에 난 올바른 판단하에 소비를 한 것이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선택에 그럴싸한 동의를 얻고 그것이 옳고 합리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거다.


내 행동에 동의를 얻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여름 방학 너무 더워서 매일 배달 음식이야.

불 앞에 서서 음식 하는 것도 힘들고 해서 그냥 시켜 먹고 있어. 돈이 감당이 안 돼."

"그래 그래 이 더운 여름에 세끼를 어떻게 해 먹어. 배달 음식이 더 싸게 칠 수도 있어."


자주 시켜 먹는 통에 엥겔지수가 높아져 카드값이 걱정인 내 행동이 친구의 말로 인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이런 사람의 심리는 여기저기에서 다양하게 목격된다. 맘카페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어요. 아침부터 학교 가는 애한테 잔소리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지 않네요."  

고백 같은 말의 이면에는 위로를 구하는 마음과 누구나 그렇다는 대답으로 죄책감을 덜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나는 기꺼이 말해 준다.

"엄마도 사람인데 그럴 수도 있죠."



얼마 전 여행 장소로 가던 중 트럭에서 파는 복숭아를 사기 위해 길가에 차를 댔다. 솜털 보송한 복숭아는 보기에는 아주 좋았지만 입속으로 들어가기까지 싱거운지 단지 맛을 알 수 없다.

어차피 살 건데 그래도 괜히 물어보았다. 

"복숭아 달아요?"

의미 없는 질문인 것을 안다. 안 달아요 할 장사꾼이 어디 있겠나?

그냥 내 선택에 확인을 받고 싶어 던지는 질문일 뿐이었다.


마이 웨이. 독고다이가 말은 싶다. 하지만 동의를 얻고 위안받고 싶고 확신을 구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사소한 것에서도 불쑥 드러난다.

다들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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