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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ug 07. 2024

진격의 거인 덕질 중입니다.

아줌마도 덕질한다.

덕질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 이전 나는 단순히 아이돌을 좋아하던 여고생이었다. 그것이 내 최초의 덕질이었다면 그렇다. 사진을 모으고 앨범이 나올 때마다 구매 후 듣고 또 들었다.

멤버들의 신상파악은 기본이었고 친구에게 이끌려 콘서트도 가봤다. 누군가를 보고 좋아서 흥분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내가 아이돌 콘서트를 보러 간 것은 대단한 사건이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기억나는 건  함께 간 친구의 고함 소리에 귀가 먹먹했던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던 것 정도다.


세월이 흘러 BTS가 나타났다.

내 두 번째 덕질이 시작 됐다. 무료했던 생활이 한순간 꿀렁이기 시작했다. 듣던 모든 노래를 BTS곡으로 채우고 멤버들 영상을 수십 번 수백 번 돌려봤다. 가슴이 뛰고 설레었다. BTS는 무료한 일상에 나타난 무지개 같은 존재였다. 잡히진 않지만 보기만 해도 행복해졌다.


내 세 번째 덕질 대상은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였다.

나는 미국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를 통틀어도 워킹데드만큼 재미있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물론 내 취향이 로맨스 보다 스릴러나 좀비 호러쪽인 이유도 있다.

워킹데드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한 회가 끝나도 멈추기가 힘들었다. 결국 밤을 새우거나 새벽 동이 틀 때쯤 잠이 들곤 했다. 나는 좀비 보다  좀비 같은 모습으로 변해 일상을 이어 나갔었다.

덕질이 시작되면 나는 배우와 작가의 신상을 다 찾아본다. 또 그들의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모두 궁금하여 이곳저곳 헤집고 다니며 공부하듯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뭐라도 됐지 싶다.


나의 네 번째 덕질이 시작되었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보지 않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진격의 거인.

대작 수작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이 작품 속 캐릭터와 스토리에 푹 빠져 들었다. 또다시 시작된 덕질로 캐릭터들의 특징 파악은 물론 거인 계보도그려보며 스토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어졌다.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보고 정해진 운명을 향해 갈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에런 예거 (진격의 거인)의 고통이 내게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미카사에 의해 최후를 맞는 씬에서 그만 눈물이 터져 버리며 덕후의 스멜을 심하게 풍기고 말았다.


진격의 거인은 이야기를 잠시 놓치면 내용 파악에 곤란을 겪는 다소 어려운 애니메이션이다. 그 정도로 심오하고 복잡하다. 나는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을 다시 돌려보기도 하고 유튜브로 찾아보기도 하며 완벽하게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이것이 진정한 덕질 아니겠는가..

또 캐릭터들은 눈 코 입 구조가 인간 같지 않음에도 하나 같이 멋있다.

리바이 앓이를 하며 아이시떼루를 외칠 뻔했다.

(리바이:리바이 아커만 조사병단 병장으로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인물)

리바이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진격의 거인은 철학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할 만큼 무수히 많은 전쟁을 치르며 현재에 이르렀다.


작품 속에서도 거인을 앞세워 없이 전쟁을 치르던 인류는 거인이 사라졌음에도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무고한 죽음 없이는 나아갈 수 없는 것이 인류의 본성인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해 보았다.

힘을 가진 자들은 끝없이 전쟁을 할 명분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듯하다.

애니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그렇다.


여하튼 무미 건조한 일상에도 한 번씩 재미거리들이 나타난다.

그것이 무엇이든 빠져들어 관심을 가지고 파고들면 그게 바로 흔히 말하는 덕질이 된다.

덕질은 잔잔한 일상에 기분 좋은 울림이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관심거리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한동안 진격의 거인 덕질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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