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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ug 05. 2024

반려견 돌봄 품앗이

2박 3일 동거

여행 시 반려견을 어디에 맡길지 견주라면 머리를 싸매지 않을 수 없다.

자식이나 매한가지인 반려견을 두고 갈 수도 없고 호텔에 맡기자니 여러모로 걱정이 많아진다.

반려견 호텔은 점점 고급화되고 있다.

고급화의 장점은 소수 정예의 개들을 돌봄으로 개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호텔링 전 입질이나 사회성 정도를 보기 위한 시범 등원도 필수이다. 개가 머무는 동안 그만큼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단점이야 어떤 환경을 불문하고 생기는 견주의 분리 불안과 가격이다.


울진으로 2박 3일 여행을 가게 되었다.

이곳저곳 크림이를 맡길 시설을 알아보았다.

물론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습관적으로 해대는 마킹(쉬) 때문에 애견 호텔에서 불가피하게 기저귀를 계속 채워 놓았던 기억이 있어  고르게 되었다.


구세주가 등장한 건 시답잖은 이야기들로 가득 찬 단톡방에서였다.

같이 일하는 웬디도 모찌라는 개를 키운다. 희한하게도 우리 둘의 여행 날짜가 전혀 겹치지 않았다. 옳다구나 웬디와 나는 각자의 반려견을 여행 기간 동안 봐주기로 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조건은 바로 서로에게 절대 미안해하지 않기였다.


여행 날짜는 내가 앞이었기크림이 모찌네로 먼저 맡겨졌다. 

역시 쉬가 문제였다.

낯선 환경 탐색을 위함이었는지 식탁 다리. 방바닥. 애견 카시트 등에 마킹을 해대서 웬디가 고생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웬디는 그래도 크림이가 순둥순둥 적응을 잘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해 주어 고마웠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내가 맡을 개는 바로 이 녀석이다.

이름: 모찌(말티즈)

성별: 수컷

나이: 9살

성격: 겁 많고 사회성 없음, 마킹함

크림이 집에 온 모찌

우리 집에 온 첫날부터 모찌는 다양한 높낮이의 하울링을 선보이며 크림이 에게서는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아우~~~."

엄마가 사라지고 낯선 환경에 놓인 본인의 처지가 스스로 가련했는지 새벽에도 깨서 구슬프게 한 곡조를 뽑아냈다.


다행히도 다음날이 되자 모찌는 차차 적응을 하는지 더 이상 슬픈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크림이의 접근에 불편한 짖음이 있긴 했지만 모찌는 생각했던 것보다 적응을 잘했다.


반려견 수가 늘어나면서 반려견을 맡아 재워주는 반려견 호텔 수도 증가 추세다. 보통 애견 유치원에서 호텔링도 겸하고 있다.

비용도 그렇지만 반려견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해야 하니 견주 입장에서는 맡겨도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


하지만 이번처럼 개를 키우는 지인과 이렇게 돌봄 품앗이를 하니 여러모로 장점들이 많은 것 같다.

일단 집중 돌봄을 받을 수 있고 같은 종족이 있는 터라 적응이 빠른 점을 들 수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호스트는 당연히 반려견을 잘 다루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아무래도 앞면이 있는 호스트는 반려견에게도 친근 할 것이다.

또 빗질을 해 주고 눈곱을 정리해 주는 등 자기 개처럼 돌봐 주는 것도 좋은 점이다. 경험자라 먹이고, 닦이고 하는 모든 과정에 능숙한 것도 장점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많은 지인들 사이에서도 돌봄 품앗이가 활성화되면 무척 편하고 좋을 것 같다.


웬디와 나는 반려견 때문에 금전적 값을 치르지 않고 심적 안정을 덤으로 얻으며 여행을 잘 다녀왔다.


우리 서로 미안해 하지 않기를...


모찌네서 크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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