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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ul 25. 2024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개

사람 보다 더 나은 개

날씨가 덥다 못해 찐다.

이런 날은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가 달궈지기 때문에 산책을 할 때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사람도 폭염 속 한낮은 견디기 힘들다.

보통 이렇게 더운 날은 새벽 산책이 적합하다. 하지만 크림이 엄마는 새벽이라는 단어를 한밤중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게을러 빠진 사람이다. 고로 크림이가 긴 밤 지새운 새벽이슬을 맞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하러 가기 전 애견 운동장으로 산책을 갔다.

오전 9시경.. 더위는 기세가 등등했다. 여름 폭염은 누구에게도 왕좌를 넘기지 않겠다는 각오라도 한 듯 아침부터 맹렬했다.

간간히 바람이 불다가 멈추는 순간 다시 습한 더위가 몸 구석구석을 침범했다.


개는 땀샘이 없다. 털로 덮인 몸에 체온을 내릴 구멍이 없는 셈이다. 대신 혀를 노출시켜 체온을 조절한다. 개들이 혀를 내밀고 헥헥 거리는 이유는 더위를 식히기 위함이다.

 

더위에 지친 건지 체온 조절을 위해 에너지를 과하게 쓴 탓인지 지친 모습의 크림이가 평소보다 더 얌전했다.

그리고 강아지 앞가방에 들어가서는 내 가슴팍에 기대고 말았다. 남(男)가슴팍에 기댈 상상만 하는 응큼한 아줌마는 크림이의 기습 공격에 주체하기 힘든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는 걸 느꼈다.

이 순간이 멈췄으면 싶을 정도로 행복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아기도 이런 아기가 없다.

다시 한번 내 존재 이유를 확인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표현할 수 없는 벅차고 충만한 기분에 출근 전 행복했다. 그리고 사료값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각오는 덤으로 얻은 긍정적 시너지였다.


영원한 아기의 얼굴로 나이 먹어갈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크림이

사실 사람보다 더 나은 크림이다.



Oh my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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