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Jul 16. 2024

비가 주는 슬픔

비와 크림이

산책을 못한 지 꽤 됐다.

매스컴에서는 이제 장마가 없다고 했다.

대신 우기라고 표현했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선 기온 급상승 시대인 열대화가 도래 했으니 우기가 더 이상 동남아 이야기도 아니다.


그리고 우기를 핑계로 산책을 안 간지 삼일째다.

지난주도 해 뜰 때 잠시 동네 산책을 하고 말았는데 이번주는 해 뜨는 시간과 내 시간이 안 맞다.


비가 내리면 오늘은 집에서 너랑 나랑 뒹굴고 놀자라며

양심의 가책 없이 산책을 안 할 수 있는 면죄부를 거머쥔 듯 잠시 좋은 것도 사실이다.

최소한 이틀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틀 꽉 채워 집에만 있는 크림이가 몸을 움츠려 똥을 싸는 것도 불쌍해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오고야 만다.

하물며 할짝할짝 물 먹는 소리까지 처량하게 들린다.


아침에 내가 옷을 입기 시작하니 산책을 가는 줄 알고 즐겁게 짖다 소파에 걸터앉아 안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곧 크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나는 엄마 다녀올게 한 후 이마빡에 딥 키스를 남기고 나가야만 했다.

체념한 듯 슬픈 녀석

비가 주는 슬픔을 아는지

산책을 못 가는 본인의 처지를 아는지


비는 사람에게도 반려견에게도 약간의 우울과 슬픔을 주는 듯하다.

비가 오면 그립던 그때가 떠오르기도 하고

한 때의 슬픈 인연이 생각나기도 한다.

비가 눈물을 닮아 있어서 인지 행복했던 기억보다 그렇지 못한 기억에 낮은 역치 보이곤 한다.


크림이도 비가 오면 산책을  날며칠 못 간 슬픔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