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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Oct 18. 2024

AI를 믿지 마세요.

아들 1호는 시험에서 마킹 실수를 했다며 울고 있었고 아들 2호는 소풍을 가고 없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의 마킹실수 라니 믿어지지 않았지만 믿는 척 위로해 주며 나 역시 속상한 마음을 가득 안고 출근을 했다.


오후 무렵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와 함께 내린 비는 내 마음을 잡도리하듯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은 배달앱을 이용해 일주일간 지친 나를 쉬게 해 주고 싶었다.

이왕이면 아들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하려고 퇴근 두 시간 전부터 두 아들들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며 비는 점점 거세지고 내 마음에 걱정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들 1호가 시험 때문에 어디서 비 맞고 울고 있는 건 아닌가

아들 2호는 소풍을 다녀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이 비에 어딜 가 있는 건지

나는 애가 타 계속 전화기를 붙들고 아들들에게 번갈아 가며 전화를 해 댔다.


또 인생이 어쩌니 사는 게 어쩌니

한숨이 흘러나왔다.

퇴근길 운전은 비 때문에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지만 전화기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다.

현관에 아들 1호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아들은 자고 있었다. 나는 아들이 집에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화가 났다.

시험이 이틀이나 남았는데...

나는 미친 여자 저리 가라급으로 소리를 지르며 아들을 깨웠다.  아까 속상하다며 울던 아이는 어디 가고 새근새근 꿈속 나들이를 하는 아들 1호 

나는 웃통을 까고 있던 아들의 등짝을 후려졌다.


잠시 후 아들 2호에게 전화가 왔다. 안도하는 마음으로 아들 이름이 전화기에 뜨자마자 받았다.

전화가 왔는지 몰랐다고 했다. 소풍 마치고 친구들이랑 놀다 들어오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오늘 같이 이런 날에 네가 연락이 안 되니 엄마가 아주 많이 걱정했어. 2호야 너 어릴 때 엄마가 전화 안 받으면 걱정하며 울었잖아. 그때 기분을 생각해 봐.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을지 알 수 있을 거야."

라고 교과서처럼 말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목소리는 담장을 넘나들듯 흥분과 분노의 도가니탕이 되어 따발총 마냥 발사되고 있었다.


아들들은 엄마의 미친 여자 코스프레에 대응법으로 정공법을 택하며 곧장 사과를 했다. 나는 다시 금세 풀어졌고 우리는 사이좋게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난 후 각자 할 일을 하러 방으로 학원으로 사라졌다.


얼마 전 에이닷이라고 해서 AI가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메모해 주는 기능이 나왔길래 연동을 해 놓았다. 단순 통화 기록을 넘어 통화 시 녹음되는 날짜를 관리해 준다거나 어떤 내용의 통화가 있었는지 간단히 요약해 주기도 하는 생경하고 신기한 기능이었다.


에이닷에서 알람이 떴다.

아들 2호와의 통화 내용을 에이닷 AI가 정리해서 보내 주었다.

술 취한 남편의 귀가를 재촉하는 아내의 잔소리 폭격

나는 조용히 설정으로 들어가  에이닷 AI 연동 해제 버튼을 눌렀다.


인공 지능이 생각지도 못 한 부분에서 자아 성찰을 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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