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말 시험이 끝났다.
성적표를 보고 매번 그렇듯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가끔 서점에 가 보면 문제집을 고르러 오는 아들 또래의 학생들을 종종 본다.
방학 때를 대비하는 그들의 모습은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모습이다.
아들은 내가 공부를 시킬까 두렵다고 했다.
시험 기간에 개념을 정리하고 외우고 공부한 것들을 문제집으로 테스트해 보는 과정
일찍 일어나 순공 시간을 채우려 노력하는 모습
하나라도 더 외워 보려 밥을 먹으면서 화장실에서도 책을 보는 노력
내가 생각하는 학생의 이미지이다.
나 역시 결과를 떠나 삶의 어느 지점에서 해 왔던 노력의 일부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아들에게는 먼 이야기이다.
아들은 말했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사냐고 했다.
자기더러 그렇게 하라는 건 죽으라는 얘기라고 했다.
나는 눈물이 났다.
아들은 정말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이다.
저 선한 천성이 학업의 한계로 빛을 보지 못할까 두려웠다.
또 공부를 못하는 자식이 과연 착한 자식인가 하는 화두를 던져주기도 한다.
여기저기 일등 이등 한 자식 자랑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익숙해지지 못했다.
나는 또다시 달팽이 집을 짓고 그 속에 숨죽여 숨었다.
그리고 실업계 고등학교들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끝없이 뭔가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