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이벤트
오늘을 나 혼자서 기념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쉬운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일 하나를 해 볼 참이었다.
특별한 날이니 특별해야 했다.
나는 매운 걸 잘 못 먹는 슈퍼 맵질이지만 매운 짬뽕을 주문했다. 그것도 오전 10시 30분에... 나도 한 때는 맵부심을 부리며 홍초 불닭을 아무렇지 않게 먹던 허세 절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은 통증에 무뎌지기를 거부하는 건지 엄살이 심해지는 건지 이제는 유튜브에서 매운 음식 먹방이나 보며 대리 만족 중인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눈물 콧물 질질 흘려가며 먹어줘도 된다.
보고 싶던 영화 한 편도 구매했다.
서브스턴스 -7700원
매운 짬뽕 먹으며 보기에는 살짝 거북스럽지만
난 비위가 좋은 편이다.
짬뽕은 아주 아주 매웠다. 다 먹고 나니 화장실 신호가 올 정도였다.
그리고 영화는 아주 아주 재미있었다.
젊음을 위해
진시황은 불로초를 먹었고
청나라 서태후는 진주가루와 모유 먹었다.
클레오파트라는 히비스커스를 먹었으며
데미무어는 서브스턴스를 투약했다.
결과는 모두 다 젊어지기와 영생 실패~~
멈출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시뻘건 짬뽕 국물 색만큼 잔혹하게 표현한 영화였다.
가진 것을 잃기 싫은 욕망은 화를 부르지만 알면서도 쉽사리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사실 나도 영원히 주름을 펴 준다는 약이 있다면 구입하고 싶다.
데미무어는 결국 엘리펀트맨 보다 더 흉한 몰골로 끝을 맞는다.
그래도 작품 속 데미 무어 정도면 저 나이에 나보다 낫네 생각했다. 그녀가 성형에 들인 많은 비용 역시 데미무어 정도 되니 저 정도 비주얼로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데미무어가 오스카 여주 주연상에서 미끄러진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약간 잔혹하고 혐오스럽지만 그만큼 추천할 만한 영화 서브스턴스였다.
다시 특별한 날 기념식으로 돌아와
거실의 작은 테이블에 배달된 음식들을 푸지게 풀어놓았다. 짬뽕을 먹는 건지 공기를 먹는 건지 헥헥 거리며 먹다 보니 혓바닥을 망치로 때리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짬뽕 반 공기 반으로 헛배도 부른 것 같고 분명 내가 시킨 건 불짬뽕 초보용이었는데 맵질이에게는 무리였던 것일까? 입술이 퉁퉁 붓는 느낌이었다. 그 입술로 매워 세월아 네월아 먹어 다 식어 빠진 면을 무의식 중에 후후 불고 앉았으니 침만 질질 흘렸다면 동네 바보는 따 놓은 당상 감이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매운 짬뽕을 후후 불고, 씩씩 거리며 요란스레 먹으며 특별한 날을 기념했다.
바로 오늘은
개
학
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