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금값이라
스케줄이 변경되며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십 년 넘게 달려오다 올해는 주중 하루 정도는 나만의 시간이 생길 것도 같다.
날이 풀린 탓에 식사 후 식곤증이 몰려왔다.
날씨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잠시 걸을 겸 밖으로 나갔지만 머릿속에는 반지 생각뿐이었다.
"반지"
아들 방 청소를 하다 아들의 인생 네 컷 사진을 보았다.
아들 옆에 아들의 여자 친구 그리고 그들의 손에 반지, 반지, 반지
여자 친구와 백일이라고 나간 아들이 커플링을 맞춘 모양이었다.
"반지, 반지, 반지."
애미 한테는 장난감 반지 하나 끼워준 적 없는 이 우라질 큰아들이 여자친구와 커플링을 했다.
요 근래 명절 용돈을 받아 커피 한잔 안 사 오던 호랑 말코 같은 녀석이 여자친구와 커플링을 했다.
"어머니 마라탕이 먹고 싶습니다." 외치며 내 돈을 강탈해 가던 shake끼가 여자 친구와 커플링을 했다.
난 속이 쓰렸다.
아들은 자고로 남의 자식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가 보다.
난 속이 상했다.
네가 지금 여자 친구랑 커플링 하며 돌아다닐 때냐?
난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렸다.
반지를 확인한 후
"이 미친 넘~ 요즘 금값이 얼만데 철딱서니 없이 반지를 맞출 생각을 하노? 개념 탑재 좀 해라."
라며 샤우팅 할 생각이었다.
아들이 돌아왔다.
다행히 소박한 은반지였다.
나는 그 반지가 아들 손에서 빨리 사라지길 바라며 조용히 아들 방에서 나왔다.
만약 반지가 금이었다며
사생결단을 냈을 듯싶다.
금값이 금값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