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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Dec 05. 2023

여행이 남긴 것들

현타 오는 일상 복귀

여행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흥분시키고 설레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셀렘은 여행을 머릿속에 계획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어 짐을 챙기는 순간 극에 달한다.

그리고 계획 한 장소에 도착하면서 시작된 여정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그 이야기들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여행 중 내가 먹은 끼의 식사가 맛이 있던 없던 중요하지 않다. 사실 맛이 없는 음식이 있지도 않았다. 그건 남이 해 주는 음식은 뭐든 맛있는 한국 아줌마의 독특한 입맛 때문 일 수도 있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맸다며 그 역시 이야기가 된다.

헤매는 그 시간 동안 더 많이 보고 경험했을 것이기에 전혀 나쁘지 않다. 단지 걸음 수가 늘어가면서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지경이 되기도 하니 다음 날 아침에 로봇처럼 움직여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오사카 여행은 사춘기 아들들과 함께 했던 나름의 용감한 여행이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예상 밖으로 아들들은 나와 별 트러블 없이 잘 다녀 주었다. 단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는 정신을 못 차리고 타고, 사고, 먹고 ,사행성 공 던지기 게임 까지 해 가며 내 지갑을 좀 털어가긴 했지만 고맙게도 내 리드를 잘 따라 주었다. 아들들에게도 엄마와 함께  좋은 날들이었길 바라본다.   예정에 없던 오사카 응급실 방문이 갑자기 여정에 포함된 건 쇼킹한 변수 였고  더 기억에 남게 될 지언정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결국 인형 하나 뽑은 돈 먹는 동 던지기 게임


나이들 수록 느린 여행이 더 매력 있어진다.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로컬 커피숍에 앉아 바깥 풍경구경하며 커피 한 잔  마시는 것 역시 좋았다. 호텔 주변을 둘러보고 뭐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매력 있는 여행의 일상이다.

우메다 지상에 있는 이름 까먹은 커피숍



그러기에 모든 여행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이 가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상의 소중 함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여행은 너무나 즐겁지만 어느 순간 내 집 침대를 그리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친구 집에 맡겨 두고 반려견도 며칠 사이 너무나 그리웠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내 반려견을  껴안고 잠들고 싶기도 했고 여행으로 놓친 한국의 좋아하는 시사프로도 문득문득  보고 싶었다. 한번 안 본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재미있는 건 이러면서도 또 한편으론 총알 같이 흘러가는 시간이 천천히 가주기를 바라게 되고  출국 날짜가  다가오니 떠나기 싫어지며 '내 맘 나도 몰라' 상태가 지속되다 결국 정해진 날짜에 떠밀리다시피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여행의 마무리이다.


반려견 크림

짧은 여행은 추억이 되고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 그 순간 피곤이 나를 덮친다. 세포 하나하나에 피곤들이 스며들어 며칠은 정신없이 보냈다. 하지만 입은 살아서 청자의 관심 따윈 안중에도 없이 여행 썰들을 풀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다.



또한 밀려드는 카드값 명세서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걸 보니 일상으로 돌아온 게 맞긴 .

여행 후 현실이 조금 가혹할지라도

삼성전자가 ○○층까지 나를 구하러 올 꺼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다음 여행을 갈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 해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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