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계획 한 장소에 도착하면서 시작된 여정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만들어지고 그 이야기들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여행 중 내가 먹은 한 끼의 식사가 맛이 있던 없던 중요하지 않다.사실 맛이 없는 음식이있지도 않았다. 그건 남이 해 주는 음식은 뭐든 맛있는 한국 아줌마의 독특한 입맛 때문 일 수도 있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맸다며 그 역시 이야기가 된다.
헤매는 그 시간 동안 더 많이 보고 경험했을 것이기에 전혀 나쁘지 않다.단지 걸음 수가 늘어가면서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지경이 되기도하니 다음 날 아침에 로봇처럼 움직여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오사카 여행은 사춘기 아들들과 함께 했던 나름의 용감한 여행이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예상 밖으로 아들들은 나와 별 트러블 없이 잘 다녀 주었다. 단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는 정신을 못 차리고 타고, 사고, 먹고 ,사행성 공 던지기 게임 까지 해 가며 내 지갑을 좀 털어가긴 했지만 고맙게도 내 리드를 잘 따라 주었다. 아들들에게도 엄마와 함께 한 좋은 날들이었길 바라본다. 예정에 없던 오사카 응급실 방문이 갑자기여정에 포함된 건 쇼킹한 변수 였고 더 기억에 남게 될 지언정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결국 인형 하나 뽑은 돈 먹는 동 던지기 게임
나이들 수록 느린 여행이 더 매력 있어진다.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로컬 커피숍에 앉아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커피 한 잔 마시는 것 역시 좋았다.호텔 주변을 둘러보고 뭐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매력 있는 여행의 일상이다.
우메다 지상에 있는 이름 까먹은 커피숍
그러기에 모든 여행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이 가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상의 소중 함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여행은 너무나 즐겁지만 어느 순간 내 집 침대를 그리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친구 집에 맡겨 두고 온 반려견도 며칠 사이 너무나 그리웠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내 반려견을 껴안고 잠들고 싶기도 했고 여행으로 놓친 한국의 좋아하는 시사프로도 문득문득 보고 싶었다.한번 안 본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재미있는 건 이러면서도 또 한편으론 총알 같이 흘러가는 시간이 천천히 가주기를 바라게 되고 출국 날짜가 다가오니 떠나기 싫어지며 '내 맘 나도 몰라' 상태가 지속되다 결국 정해진 날짜에 떠밀리다시피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여행의 마무리이다.
반려견 크림
짧은 여행은 추억이 되고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 그 순간 피곤이 나를 덮친다.세포 하나하나에 피곤들이 스며들어며칠은 정신없이 보냈다. 하지만 입은 살아서 청자의 관심 따윈 안중에도 없이 여행 썰들을 풀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밀려드는 카드값 명세서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걸 보니 일상으로 돌아온 게 맞긴 하다.
여행 후 현실이 조금 가혹할지라도
삼성전자가 ○○층까지 나를 구하러 올 꺼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다음 여행을 갈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 해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