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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Dec 05. 2023

여행 중 응급실 2

오사카 응급 클리닉 방문 후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는 일본인 의사 선생님은 누가 봐도 경험이 많아 보이는 인상 좋은 사람이었고 즉시 내 눈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해 주었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동공확장 검사를 위해 왼쪽 눈에 안약을 넣고 동공이 충분히 확장될 동안 기다렸다. 한국 병원과 검사 과정이 똑같아서 조금 믿음이 갔고 내 동공이 충분히 확장된 후 검사가 시작되었다.


일본인 의사 선생님은 한참 동안 내 눈을 사방으로 돌리게 하며 살펴보다 드디어 결과를 알려주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망막이  박리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수술할 필요는 없어요. 전에 레이저 한 부분이

당겨지면서 찢어져 출혈이 생긴 겁니다. 여행은 계속해도 됩니다. 걱정되면 한국에 돌아가 진료받으면 됩니다."


불안 들로 가득 찬 구덩이에서 건져진 느낌이었다.


전에 레이저로 동그랗게 막아놓은 병변이 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란 소견이었고 내가 다니는 안과 선생님께서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언급했던 적이 있다. 그 일이 하필 여행 중 일어난 건지 당연히 알 수는 없지만 여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안도하였다.


인생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라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크고 작은 사건들로 연결되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왜 하필 이때!!

다행히 망막이 박리되지 않았고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로 인해 계획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 역시 다행이라 생각하며 이 일은 불확실한 인생의 작은 사건일 뿐이라 단정 지으며 나를 위로했다.


진료실을 나온 나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 접수처 직원들에게 까지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건네고 18500엔을 병원비로 지불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다행히 지갑 속에 거의  맞게 병원비가 현금으로 들어 있었다.



저녁도 먹지 못한 아이들에게 카드를 주며 편의점에 다녀오라고 했다.

배가 고팠는지 라면과 과자를 잔뜩 사 온 아들들은 고맙게도 내가 먹을 저녁거리를 사 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잊지 못할 경험으로 여행의 첫날이 지나갔다.


가지가지하는 몸뚱이를 가진 나 덕분에 놀란 건 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난 잘 놀고 있냐는 지인들의 메시지에 응급실 갔었어

라고 답하며 주변인들을 꽤나 놀라게 만들었다.

내 일본 여행 준비를 도와준 Wendy와 그녀의 딸은 혹시 모를 내 연락을 기다리느라 늘 가는 운동도 못 가고 대기했다는 소릴 듣었고 그녀들에게 더없이 고마웠다.


지인들은  하나 같이 이제 괜찮은지? 약은 먹었는지? 를 물었지만

이 병은 약도 없고 수술하지 않으면 나아지는 것도 없다. 수술을 한다 해도 눈앞에 날아다니는 부유물들은 제거될지 몰라도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백내장이 필연적으로 온다거나 시력이 떨어진다거나 ..

눈에 평생 손을 안 되고 살 수 있는 것이 복 중의 하나임이 확실하다.

난 그냥 추적 관찰을 자주 해서 나빠진 부분을 유지 보수 하며 수술 만은 피하고 싶을 뿐이다.


전 보다 늘어난 왼쪽 눈의 검은 부유물들에 빨리 적응되길 바라며 남은 오사카 여행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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