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려진 투잡러의 사생활

강사와 갈빗집 사장님 사이

by 송주

어떻게 인생이 이렇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장사라는 건 할 생각도 없었다. 그 이전에 미천도 배짱도 없었기에 지금 상황이 작위적이란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오랜 시간 영어 강사로 일하던 나는 지난해 10월의 마지막 날 하루 전, 갈빗집 사장이 됐다. 지역의 유명 갈빗집 대표인 삼촌의 신규 가게 한 곳을 맡게 된 것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미천도 배짱도 없었기에 공동 투자 형식으로 시작했다. 그럼에도 가게 영수증에 내 이름이 찍혀 나오는 것이 여전히 생경하다.

이미 알려진 맛집이었기에 개업 후 줄곧 흑자다. 하지만 나는 강사와 갈빗집 사장이라는 전혀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가지 직업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여전히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심호흡을 하기도 한다.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해하다가 손님이 북적거리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다. 손님이 왜 왕인지 알 것 같다. 맛있게 드시고 가시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매주 유치원생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오는 젊은 부부 손님이 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하러 오신다. 나는 손님의 어린 아들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말 그렇게 가게를 마감하고 집에 돌아와 눕는 편안한 순간, 영어 수업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평생 직원으로만 살아오다 들어보는 '사장님' 소리에 자동으로 두 손 모아 공손해진다. 그건 손님 불러도 가게 직원 언니가 불러도 마찬가지이다. 직원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어색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보세요? 저~~ 한송주입니다."

"아~ 사장님"

내 가게에서 내 신분을 사장이라고 밝히기가 왜 이리 송구한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사장이 아니라 바지가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다들 아시죠? 그 바지 사장


여하튼 몇 달 장사를 해 보고 알게 된 사실 몇 가지가 있다.

주말에 쉬지를 못하고 가게에 가 서빙을 했다. 식당일은 처음 해 봤다. 단순 업무가 역시 마음이 편하다. 로봇처럼 주문서에 찍혀 나오는 술과 고기를 손님께 친절하게 드리면 된다. 남편은 회사보다 가게가 더 편하다고 까지 했다. 저러다 회사 관두겠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하지만 이래저래 신경 쓸 것도 많았다. 얼마 전에는 고용, 산재 보험 일용 미가입자 신고 안내문이 날아왔다. 사람 쓰는 일이 아주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래서 노무대행, 세무대행을 이용하는구나...

그리고 인건비와 직원들 사대 보험료 비중도 매우 크다. 또 1월에 낸 부가가치세도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온 내게 손 떨리는 액수였다. 결국 인건비 파티, 세금 파티 후 로열티 등을 내고 나면 차 떼고 포떼고 졸도 떼는 형국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인생이 장땡인 것 같다. 주식이나 로또를 끊기는 힘들 것 같다.


유치원 영어 수업이 이번 주에 다 마무리가 된다. 대신 학부모 오리엔테이션과 학원 교육 설명회가 다가오고 있다. PPT를 만들다 누가 교육설명회 좀 대신해 줄 사람 없나 혼자 되뇌어 봤지만 아무도 없다.


얼마 전 오랜만에 철학관에 갔다. 큰 아들이 고 3이고 장사도 시작했겠다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지라도 신년 운세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사주예요. 한 겨울에 언 땅도 파는 팔자네요."

나는 되물었다.

"한 겨울에 땅을 파는 게 좋은 사주예요?"

별 소득 없이 돌아왔다. 그냥 일복 많은 팔자라는 소리였다.


바빠서인지 글도 통 안 써져서 끄적여 봅니다. 이 와중에 깨알 같은 가게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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