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플에 'ad astra' 영화가 올라왔습니다. 'Ad astra'는 라틴어로 '별들을 향해서 (to the stars)'라는 뜻이라네요. 영화를 다 본 입장에서 제목을 돌이켜 보니 별을 향해서 간다는 것보다는 '아버지를 찾아(ad pater)' 정도가 더 적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인 브래드 피트가 아버지를 찾아 해왕성 (neptune)을 간다는 이야기이거든요. 왜 아버지를 찾아 태양계에서 가장 먼 해왕성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감독은 제임스 그레이(James Gray)로 94년도에 <비열한 거리>라는 영화로 데뷔했다고 합니다. 감독가 겸 각본도 맡았다고 하니 이 영화 거의 대부분이 이 제임스 그레이 머리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찾아보니 배급사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Walt Disney studio motion pictures)입니다. 국내 배급은 20세기 폭스 코리아고요. 유명한 20세기 폭스사 (20th century Fox)가 월트 디즈니에 합병된 이후 현재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Walt Disney studio)의 자회사(subsidiary)라고 합니다.
영화에 대해 좀 보겠습니다. 주연은 역시 브래드 피트가 맡은 만큼 포스터 곳곳에 우주복을 입은 주인공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저는 평소 브래드 피트가 잘 생긴 얼굴과 균형 잡힌 신체 외에 표정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낯선 사람들과 조우할 때 특유의 장난기 서린 미소가 일품이죠. 진지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령관들과 작전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 그 장난기 어린 표징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초창기 작품인 <가을의 전설>에 나와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든, 바로 그 여심을 녹이는 미소 말이죠.
이 영화는 비록 100억 원(8천만 달러)에 가까운 많은 자본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인 제가 보아도 이상한 몇 가지 과학적 오류가 있습니다. 해왕성과의 통신하는 장면, 달에서 전투하는 장면, 그리고 화성에서 수영하는(?) 장면 등은 중학교 과학 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좀 어색했습니다. 또한, 목성과 토성을 무슨 대전 -대구 찍고 부산 가는 경부고속도로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 엄청난 시공간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가진다면 말이죠. 영화 내내 흐르는 주제 의식처럼 보이는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내면'을 표현하려고 했으면, 왜 처음부터 굳이 우주를 배경으로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감독이 시종일관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과연 '아버지에 대한 연민' 일까 하면 꼭 그것도 아닌 듯합니다. 영화 곳곳에 혼란된 메시지가 뒤섞여 있거든요. 좀 더 해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감독이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오히려 '기나긴 우주여행에서 겪는 심리적 외로움' 은 아닐까 했습니다. 그만큼 지루한 긴 여정이 곳곳에 나타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은 있었습니다. 영화 초반부 우주 정거장에서 수리작업을 하면서 바라보는 지구의 지수평선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우주여행에 대한 동경을 가진 저로서는 스크린으로 보는 것만으로 마냥 행복했습니다. 또한 화성에서 붉은빛으로 복도를 묘사한 장면 등은 연출가의 뛰어난 재능이 돋보였습니다.
민간 우주여행 기업인 스페이스 X의 창업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는 머지않아 억만장자 일반인들도 달 여행이 가능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대중화되는 관광 상품으로 나오기까진 아직 시일이 소요되겠지만, 지구인으로서 달 표면에서 하늘에 떠 있는 지구를 바라볼 때의 그 느낌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록 이미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최초의 달 탐사 우주인이 되었지만, 46억 년 동안 수없이 반복된 원자의 수많은 재배치로 이루어진 지구 내 객체가 이곳을 떠나 다른 위성 (달)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꿈만 같습니다.
이 영화는 라이언 고슬링 배우가 출연했던 <퍼스트 맨>에 비해서는 과학적인 고증면이나 스토리 전개면에서 많이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우주 배경 SF 영화라는 점과 좋은 표정 연기를 지닌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나름 볼만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우주 관련 영화를 만날 수 있길 고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달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입니다. 저는 보드게임에 나오는 '푸른 구슬 (Blue marble)'이라는 별명이 좋습니다. 보이저 1호에서 본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보다는 훨씬 멋진 별명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