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이란 미학
세계 정상급 스포츠 선수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옵니다.
축구선수이든 테니스선수이든 그리고 우리의 김연아 선수가 피켜스케이팅하는 동작도 마찬가지죠.
왜그럴까요? 아마도 군더더기없이 꼭 필요한 동작만 '일필휘지' 하는 것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보여서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테니스 선수나 김연아 선수가 저런 동작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아마도 수백 수천번에 걸친 연습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동작이나 에너지 소모를 일으키는 요소가 하나씩 제거되었겠죠.
저는 미국 음대 유학시절 일본식당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하루일과가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작곡공부하다가 오후 4시부터는 일본식당에 출근하는 루틴이었습니다.
그러면 오전시간에는 학교에서 하얀 오선지 위에 음표를 하나씩 그려나갑니다. 그 음은 연결되면서 하나의 동선을 그리게 되고 최종적으로 멜로디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 동선의 목표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 일본식당으로 일하러 갑니다. 보스톤에 있는 재패니스 타운가에 위치하고 있었던 이 일본식당의 이름은 ITTYO (잇쵸)로 한국말로는 '일조(一兆)'란 의미였습니다.
그 주방 안은 세평남짓 작은 공간이었고 그 안에서 3명이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방 안의 공간은 좁았습니다. 그래서 이 3명이 최소한의 동선을 써서 움직이지 않으면 서로 부딪히거나 자칫 작업이 방해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따라서 각자의 업무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하고 꼭 필요한 움직임만 허용하는 효율성이 극대화된 동선을 추구했었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 때 주문이 밀려들어도 서로의 동선이 꼬이지 않고 아주 원할하게 돌아갔습니다. 주문 들어오는 대로 척척 1분도 안걸려서 하나씩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고는 했습니다.
이 주방공간 안에서 동선의 목표는 '효율성'입니다.
그렇게 학교와 식당을 오가며 공부하고 일하기가 1년을 지나던 어느 날 재미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주방 공간이 하얀 오선지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각 파트에서 일하는 멤버들의 동선은 하나의 멜로디 라인으로 또 세 사람이 그리는 동선은 일종의 하모니를 그리는 것처럼 다가왔습니다. 이 효율성이 극대화된 공간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반면, 학교에서는 작곡을 할 때 음들의 배치와 그 쓰임새에 효율성과 경제성을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쓸데없는 음은 가급적 빼고 꼭 필요한 음만 적재적소에 배치하다보니 하얀 오선지가 주방공간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유명 작곡가의 잘 만든 멜로디라인이나 화성을 분석해보니 그 안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생산성과 효율성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
다음 소는 피카소의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처음에는 수많은 선으로 소의 형체를 구성하고 있지만 하나씩 불필요한 선을 제거해나갑니다. 결국에는 소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최소한의 골격만 남게 되죠. 많은 선으로 표현한 소도 아름답지만 이 몇개 안되는 선으로 표현하는 소에서 새로운 미학을 발견합니다. 그 선에서 소의 본질을 보게 된 것이죠.
꼭 필요한 선만으로 소를 그리는 효율성과 소의 본질을 표현하는 아름다움이 맞닿아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발견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 그리고 그것은 본질과 통한다.'
보통 우락부락한 흑인 래퍼들이나 반항기 충만의 록뮤지션의 음악스튜디오를 방문해보면 막 어지러져있을 것 같은 선입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방문해보면 각종 음향용 케이블이 잘 분류되어 정리되어 있고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각 음악장비들의 배치가 사용자에 맞게 최적화되어있습니다. 그것은 정상급 뮤지션일수록 그 정도는 심화되어 있는데요. 왜냐하면 그래야 쓸데없는 동작이나 에너지 소모를 줄여 나의 시간과 온 신경을 온전히 음악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효율적으로 잘 설계된 음악작업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잘 설계된 음악작업실이나 그곳에 탄생한 아름다운 음악은 둘다 공통적으로 잘 구조화되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또 한번 발견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가장 아름답다. 그리고 그것은 짜임새있는 구조화와 통한다.'
이 효율성과 아름다움의 메커니즘은 예술작품이나 프로 스포츠 선수의 동작, 뮤지션의 작업실에서만 찾아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나 비즈니스에서도 추구해야 할 방향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말도 효율성과 아름다움이 필요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불필요한 말은 빼고 꼭 필요한 단어와 표현을 써서 상대의 마음에 울림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상대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그것은 매우 효율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지금 갈수록 복잡해지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 삶과 비즈니스에 있어서 전방위로 이 효율성과 아름다움의 메카니즘을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의 시선이 보다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고 나의 생각이 보다 탄탄히 구조화된 체계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효율이란 미학'을 알고 있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