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감만은 아니었다
한달반 쯤 됐나? 왼쪽눈썹이마가 많이 찢어졌다. 오늘 햇볕 아래 흉이 좀 도드라져 보여 아차 싶었다. 병원 가서 안 꼬메고 그냥 아물게 둔 게 조금 후회스럽다. 이틀째까지 피가 묻어 나왔더랬다. 커다란 반창고를 이마에 붙인 채 형과 엄마를 만나 이틀을 함께 보냈지만, 병원 가서 꼬메면 흉터가 덜 남는다고 한 마디 했던 것은 형이고, 엄마는 상처를 보자는 말도 없었다. 많이 다치지도 않고 크게 다친 적은 없지만 절대 곱게 키우신 것은 아니다.
뭐든 잘 돌보는 편은 아니다. 최근 1년반은 특히 나를 돌보지 않았다. 무엇보다 늙어가는 게 너무 우울하다. 그게 다른 모든 것을 덮는다. 그런데, 그렇게 내려놓고 지내며 한편으론 자신감이 생겼다. 울타리가 없어도 떨어지진 않는구나! 외부로부터의 당위는 1도 없이 순수하게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나 자신의 필요에서 끝나는 딱 그만큼만 나를 지켰다. 그마저도 '끝내 내려놓지 못한' 어떤 보호막과 경계일 수 있지만, 전보다 더 단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