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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숙함 속 흔들림 Apr 03. 2022

이상적인 일행 규모?

어제 처음으로 산에 가서 볼더링을 했다

바위는 단단하고 꺼칠꺼칠해서 더 붙어있기 쉬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마찰력을 만들어내는 바로 그 꺼칠꺼칠함 덕분에 손가락도 긁히고 팔 안쪽도 긁히고 무릎도 많이 긁었다. 그 단단함 덕분에 멍도 들었다. 실내암장에서처럼 두 발로 착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거나 아예 경사가 져서 매트를 평평하게 깔 수도 없거니와 미끄러지면서 울퉁불퉁한 바위 어딘가에 몸 어딘가가 걸리거나 부딪히기 때문이다.

팀원이 한 발로만 떨어져서 발목을 삐었다. 나 포함 둘이 spotting을 집중해서 했지만 수직으로 떨어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쌤이라면 달랐을까?.. 총 10명이었는데 2명이 발목을 다쳤다.


클라이밍 매트, 카메라 폴대 같은 팀 모두를 위한 준비물이 크거나 무겁기 때문에 들고 갈 물건은 철저하게 분업적으로다가 각자의 몫을 배정 받았다. 누군가는 식수와 간식을 죄다 짊어지고, 누군가는 자기 배낭에 모두의 암벽화를 모아담고..

메고 올라온 매트는 다른 팀원에게 넘기고 다친 팀원을 부축하고 안고 업고 내려왔다. 만약 한 명 더 다쳐서 총 세 명이 다쳤다면 감당이 되었을까? 내려갈 시간이 다 됐기도 하고 두번째 부상은 좀 더 심해보인 때문도 있겠지만 지체 없이 바로 하산을 결정한 데는 그런 이유도 있겠다. 산행을 계획할 때 총 중량에 버퍼도 두어야겠다. 사람을 아예 들쳐메고 내려가야 할 수도 있으니.. 매트를 3개는 깔면 좋겠으니 매트 지고 갈 세 명이 필요하고 총 8~10명이 괜찮은 숫자인 듯..


아, 무릎이 아프다. 체중 이상의 중력을 버티느라 무리한 관절은 욱신욱신 베이스를 깐다. 찰과상의 따끔따끔이 그 위에 춤을 춘다. 그렇게 얼얼한 느낌을 합주하고 있다.


그래도 해 떨어지기 전에 내려와서, 다들 더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 재미지구나! 햇살 찜질로 무르팍을 달래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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