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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 Dec 12. 2017

콩콩이


콩콩이라는 고양이의 입양 신청을 한 것은 우리뿐이 아니었고 또 우리가 제일 먼저 입양신청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콩콩이라는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일단 한번 입양 신청이나 해보라고 했던 것이었는데 우리에게 입양을 허락하겠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막상 입양 허락이 떨어지고 나자 약간은 당황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사실 콩콩이라는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되리라는 큰 기대 없이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가 정작 분양을 해주겠다고 하니 무얼 어떡해야 하나 하는 생각들이 밀려왔습니다.
일단 분양을 하시는 분들에게 허락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제 고양이를 어떻게 데려올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로 인해서 메일을 주고 받는데 분양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적극적이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분들의 의견은 자신들이 그 고양이를 데리고 김포에 있는 우리 집까지 데려다 주고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데리러 가지 않는다면 그만큼 편하고 경제적 부담도 줄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때까지 고양이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던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분들은 고양이에 대한 마음이 크셔서 직접 고양이가 살 집과 환경을 보고 싶으셔서 데려다 주겠다고 하시는 것 같았지만 문제는 어머니가 저처럼 낯가림도 심한데다가 오시는 분들에게서 고양이만 받고 문밖에서 "안녕히 가십시오." 할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우리가 데리러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살 집의 환경을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 마침 얼마 전부터 시작한 아내의 블로그에 올렸던 집안 사진을 보내드렸습니다. 



사실 시간이 지난 일이기에 이렇게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지 당시의 심정은 딱 우왕좌왕 그 자체였습니다.
오시라고 해야 하나, 데리러 가야 하나, 아님 중간에서 만나자고 할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아내가 부산에 무척 가고 싶어하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어서 시간적으로 여유로워 아내에게 취미생활을 하라고 권고하여 아내는 몇 년 전 어느 사진 작가님이 운영하는 사진 초급 교육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로 인해 사진에 관심이 없는 제 눈에도 교육받기 전보다는 사진을 잘 찍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다른 사람들과 출사를 다니고 싶어도 시어머니와 제 눈치를 보는 탓에 자주 출사를 나가지도 못했고 더욱이 멀리 부산까지는 사진 찍으러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고양이를 데려다 주느냐 아니면 데리러 가느냐 설왕설래 할 때에 차라리 하루 먼저 친구와 함께 부산에 내려가서 부산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다음날 그분들을 만나서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당연히 고양이뿐 아니라 부산 구경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누라님께서는 들뜬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친구는 마침 자신은 경주에 혼자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며 자신이 경주 여행을 마치고 부산으로 가겠다고 하여 약속을 잡고 부산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누라님의 부산 여행 겸 콩콩이라는 고양이를 데려오기 위한 우왕좌왕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마누라님께서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마음을 졸이며 하루 하루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 냥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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