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이를 분양하는 분들과 토요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고 마눌님께서는 하루 전날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하루 전날 부산에서 친구와 만나 부산을 여행하고 다음날 분양하는 분들과 만나서 가을이를 데려오기로 약속을 했던 것입니다.
저는 저대로 토요일에 김포에서 광명역까지 마중을 나갈 차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콩콩이 분양하는 분들과 헤어지고 기차를 탔다는 연락을 받고 도착 시간에 맞춰 광명역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대합실에서 기다리다가 친구와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아내를 발견하고 곁으로 다가가는데 아내 옆에는 커다란 짐 가방이 딸려 있었습니다.
가을이의 이동장이야 집에서 준비해 간 것이라 익히 알고 있던 것이었지만 커다란 짐 가방을 보고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부산에 가서 쇼핑을 하고 왔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짐 가방의 정체는 부산에서 분양을 보내시는 분들이 콩콩이를 위해 산 고양이 용품들이 가득 들어있는 가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김포까지 오시겠다고 했던 분들이 역으로 우리가 부산으로 내려가게 되니까 아무래도 왔다 갔다 할 차비 대신으로 용품을 사서 보내주신 것 같았습니다.
고양이를 처음 입양하는 입장이었던 우리 사정을 아시는 그분들께서 고양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우리를 생각하신 것도 같고 또 입양 보내는 콩콩이에 대한 정 때문에 용품들을 준비해주신 것 같아 한편으로는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차 안에서 녀석과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습니다.
녀석은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그다지 경계하지 않고 이동장 안에 넣은 제 손을 핥아주는 다정함을 보였습니다.
녀석을 데려오기 전에 이미 가을이라고 이름을 지어놓았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익숙해지라고 계속해서 가을이라는 이름을 불러주며 "이제 네 이름은 가을이다, 네 이름은 가을이다." 최면을 걸어주었습니다.
일단 아내의 친구분을 집에 바래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정식으로 대면이 이루어졌습니다.
아내를 통해 듣기로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낯선 환경에 처하게 되면 잘 안 움직이거나 먹이도 잘 안 먹고 경계를 하며 일주일에서 이주일 가량은 적응기를 거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어두운데 들어가서 잘 나오지도 않는 고양이들도 있다고 해서 한동안은 녀석을 건들지 않고 내버려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우리가 전해들은 그런 고양이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적응기간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이 방안 이곳 저곳을 냄새 맡고 다니면서 호기심 천국을 발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 만큼이나 고양이들의 성격도 제각각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녀석의 모습이 내심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 녀석이 주인인 나를 너무 쉽게 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부산 분들이 보내준 선물을 확인하면서 몇 가지를 풀어주었더니 역시나 호기심 천국 가을냥께서는 급관심을 보이며 용품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보내주신 물품에는 기본 용품들과 함께 장난감들도 있었는데 그것으로 장난을 걸자 곧잘 장난을 받아 주었습니다.
저희도 그때 나름대로 녀석을 위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 두었는데 그 중에는 녀석의 화장실도 있었습니다.
맨 처음 걱정은 녀석이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무데나 대소변을 보면 어떠나 하는 것이었는데 녀석은 별탈 없이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도 보았습니다.
그렇게 그날 저녁은 무사히 보내게 되었습니다.
- 냥이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