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읽었던 책 중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기억합니다.
여러 내용 중에서 어린 왕자가 수많은 장미를 보고 실망하고 자기 별에 있는 장미는 그 수많은 장미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대목과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 여우가 친구가 되기까지 인내와 기다림, 설렘 그리고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고양이의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책 이야기를 하냐 하면 고양이와의 동거도 어린 왕자의 장미꽃처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다는 사실과 또 특별한 책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씀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어떤 분들이 제 글을 읽으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막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한 초보 집사요, 미숙한 냥이 아빠로서 이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고 고양이를 오래 전부터 길러오신 분들은 이미 익히 아시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제게 있어 반려동물은 그저 기르는 가축이었고 그저 개나 고양이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었습니다.
가을이를 입양한지 채 1년이 되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가족으로 여길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인터넷이나 뉴스를 통해서 사람과 살다가 무책임하게 버려져 들개가 되어버리거나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비벼대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보곤 합니다.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고 나와 상관이 없던 그 이야기가 이제는 안타까움이나 분노로 다가오고는 합니다.
하기야 사람에 대한 도리나 사람에 대한 책임감도 잃어버리고 사는 세대에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쩌면 어불성설과도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요즘에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들이 그래도 많이 버려지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고양이의 예쁘고 귀여운 사진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고양이를 기르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젊은 시절부터 우리 사회의 한 형태를 보면 한쪽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금세 들불처럼 번져갔다가 또 금세 사그라지고 싫증을 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방이 유행하다가 비디오방이 유행하고 또 뒤를 이어 pc방이 유행을 한 것처럼 문화란 들불처럼 번져갔다가 꺼져가는 일면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고양이에 대한 호감 역시 이렇게 일시적인 문화처럼 금세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물론 개개인의 선택의 일인지라 저 같은 개인이 무엇을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요사이 저는 가을이가 대략 저희와 15-20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없이 그저 아내가 좋다고 하니까 무슨 가게에서 장난감을 고르는 것마냥 가볍게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고 생각하고 그 시간들에 대해 조금씩 실감을 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가끔씩 돈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까닭은 고양이를 길러보지 않으신 분들이 제 글을 읽게 되고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비가 지불된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사실 저희 가정에는 자녀가 없습니다.
자녀가 없기 때문에 아쉽거나 혹은 어떤 가정처럼 그것이 저희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양이가 우리 집에 살게 된 뒤부터는 더 많이 웃을 일도 생겼고 늘 무료하게 지내시던 어머니마저 더 많이 웃고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슈바이처 박사가 말하기를 '인생을 비참하게 보내지 않는 비결은 음악과 고양이다.'라고 했던 이야기를 가을이를 만나기 전에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이야기겠지만 지금은 그 말의 의미를 분명하게 알 것 같습니다.
만약 저처럼 반려동물에 대해 관심도 없다가 우연치 않게 그들과 살게 되실 분들이 혹시나 이 글을 읽게 되신다면 굳이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당신과 함께 할 15-20년의 시간의 무게를 한번 가늠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 냥이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