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동상이몽 속에 그날 밤을 보낸 우리는 다음날 오전이 되어서 부리나케 가을이를 이동장에 넣어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건강해진 가을이를 반기시면서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 설명을 하셨습니다.
어차피 중성화에 대한 결정은 하고 간 터라 별다른 상의 없이 가을이를 입원시키고 돌아왔습니다.
선생님은 수술하고 나서 혹시 모르니 하루 입원하라고 하셔서 말씀대로 다음 날 가을이를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가을이의 하얀 배의 털을 밀어버린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면서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녀석의 목에는 배를 핥지 못하도록 넥칼라를 씌웠는데 그걸 해놓지 않으면 고양이들은 자기 배의 실밥을 자기 스스로 뽑아버리기 때문에 실밥을 뽑을 때까지 반드시 씌워야 한다고 해서 2일 정도 씌워뒀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너무나 불편해하고 활동하는데도 너무 지장이 많은 탓에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환묘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까지 사자고 하기는 미안했는지 아내는 안 쓰는 손수건으로 임시 환묘복을 만들어야겠다며 손수건을 이리저리 손질하더니 사진에서처럼 우스꽝스러운 가을이의 환묘복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덕에 가을이는 거추장스러운 넥칼라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녀석의 표정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편안함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가을의 그런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는지 어머니의 관심은 그때부터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자신의 발치에서 어슬렁거리거나 발라당 눕는 것만 지켜보시던 어머니께서는 가을이를 주기 위해 사뒀던 간식을 하나 가져오시더니 가을에게 먹이려고 시도를 하셨습니다.
끔찍이나 고양이를 싫어하던 어머니가 마음을 여신 뒤 적극적으로 가을이에게 다가온 때는 이때가 처음입니다.
정말 가을이를 입양하고 나서 바로 범백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고, 통원치료해서 완전히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중성화 수술을 하느라 정신 없이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우리도 그러했겠지만 녀석도 환경이 바뀌자마자 병원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녀석은 우리집에 참 잘 적응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실밥을 뽑는 날까지 별 탈없이 잘 지낼 줄 알았는데 환묘복을 입혀놔서 미처 몰랐던 가을이의 배 상태는 수술부위에 물이 차 올라 볼록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정작 실밥을 뽑으러 간 날 실밥을 뽑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물이 배로 흡수될 거라 하시면서 일주일 뒤에 실밥을 뽑자고 하셨습니다.
그 덕에 가을이는 환묘복을 일주일이나 더 입고 지내야 했고 약도 며칠 더 먹어야 했으며 우리 역시 녀석의 배에 찬 물이 흡수되기만을 바라며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되어도 배의 물은 잘 흡수가 안 되었고 아주 한참이 지나고 나서 물은 없어졌지만 물이 차 늘어졌던 배는 줄어들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녀석은 임신한 고양이 마냥 축 늘어진 뱃가죽을 덜렁거리며 돌아다니게 되었고 녀석의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 냥이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