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가는 마눌님의 영향력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저 역시 마눌님이 없어도 지나다 보게 되는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들이 제 주변으로 가까이 오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자동차 밑으로 피한 녀석들에게 던져주던 소시지 마저 한두 녀석만 받아 먹을 뿐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저를 마치 괴물 보듯 피하려고만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오죽하면 저렇게 사람들을 피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본 외국의 길고양이들은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처럼 사람을 피하거나 숨지 않았습니다.
인도의 한 사원에서는 쥐를 숭상해서 쥐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또 다른 사원에서는 원숭이를 숭상해서 원숭이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TV를 통해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고양이들이 가진 두려움과 조심성은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저도 어릴 적에는 우리 집 개를 무척이나 못살게 괴롭혔던 악동이었습니다.
막내로 자란 탓에 집안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마땅히 풀 곳을 찾지 못하고 개에게 풀었던 것인데 그럼에도 개는 고양이보다 충성심이 높은 동물이라 그런지 저를 두려워하면서도 곧잘 따랐습니다.
그렇게 개만 키워봐서 그런지 고양이들의 낯을 가리는 행동들은 이제 막 고양이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제 마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동네 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무렵 골목마다 자주 보게 되는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본래가 자기 영역을 두고 활동한다는 사실은 동물의 왕국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별반 관심이 없었을 때는 동네의 고양이들은 모두가 도둑고양이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게 되니 차츰 이쪽 골목에서 자주 보게 되는 고양이, 저쪽 골목에서 자주 보게 되는 고양이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녀석들과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들이었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는 자주 보는 녀석들에게 소시지 한 개라도 더 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어떤 녀석은 집에서 사무실로 가는 중간쯤에서 만나던 녀석이었는데 노란색 줄무늬에 아직은 어려 체구가 작았고 특이하게 눈 색깔이 서로 다른 오드아이였습니다.
이 녀석은 경계심이 심하지 않은 편이라 소시지를 주고 나면 그다지 멀리 달아나지 않고 몇 발자국 도망 갔다가 다시 와서 소시지를 잘 받아 먹는 편이었습니다.
또 다른 녀석은 주변에 가까운 아파트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흰색과 검정이 어우러져 있는 턱시도 고양이었는데 녀석의 검은 털들은 약간은 짝퉁스러운 느낌이 강한 녀석이었습니다.
그 녀석은 동네 고양이들 중에서 나이를 가장 많이 먹은 고양이 같았는데 워낙 조심성이 많은 녀석이라 먼 발치에서 바라만 봐도 도망을 치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어느 날 자기보다 작은 체구의 회색 털을 가진 고양이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벌써 줄행랑을 쳤을 녀석이 도망도 가지 않고 작은 고양이 옆에서 그 고양이가 먹는 것을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고양이가 먹을 것을 다 먹고 나자 남긴 것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작은 고양이는 그 녀석이 낳은 새끼 고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새끼를 먹이느라 자신은 먹지 않고 옆에서 양보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사람만 보면 피했던 것도 어찌 보면 새끼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동네 고양이 녀석들과 조금씩 안면을 터갈 무렵 저희 집의 전세만기가 다가와 그 동네를 떠나와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처음 고양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 나고 자란 우리 동네의 고양이들과는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 냥이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