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는 5일에 한번씩 장이 섭니다.
제가 김포로 이사하게 된 것은 오래 전 김포와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이곳에서 잠깐 동안 경리학원의 강사로 일하면서 김포에 정이 들기도 했고 가끔씩 교회에서 교인들과 함께 놀러 가던 곳이 강화도의 동막해수욕장이었는데 이곳을 가려면 김포를 꼭 지나야 했습니다.
20년 전에 도로조차 깔리지 않았던 그때 지도에 '해수욕장'이라는 표시만 보고 무작정 아버지의 차를 끌고 강화도로 향하다 지나게 된 김포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인연으로 자주 들르게 되고 자주 지나게 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고향 같은 향수 때문에 김포로 이사를 왔습니다.
예전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던 자리는 유료주차장으로 변해버렸고 그 앞에 공영주차장이 크게 생겼는데 그 공영주차장에서 5일에 한번씩 장이 열리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 장날을 처음 접했을 때 무척이나 신기해 하며 기웃기웃 장날을 구경하던 그 기억을 따라 이사온 지 얼마 안되어 아내와 함께 장도 보고 구경도 할 겸 장을 돌아보았는데 정말 재미난 것이 많았습니다.
물론 서울의 여느 재래시장을 생각하면 비슷한 풍경이고 단지 가게가 아닌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시거나 바닥에 펼치고 앉았을 뿐 장사하는 모습은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렇게 시장의 막바지 길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닭과 함께 여러 가지 동물들을 파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도살된 닭들을 파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닭을 잡아서 파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다소 비위가 상하고 닭장 가득한 닭들에게서 퍼져 나오는 닭 똥 냄새에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반대로 그것은 시골 장에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이기도 했기에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좀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 곳에는 닭 뿐만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 오리, 칠면조, 토끼 등등 다른 동물들도 함께 팔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재래시장에서는 이렇게 여러 가지 동물들을 모아놓고 파는 경우는 거의 없는 지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 녀석들을 바라보았고 그 곳은 우리가 장날이 되면 어김없이 순찰을 도는 코스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온 식구가 장에 갔습니다.
아내와 어머니는 함께 장을 보고 있었고 저는 이곳 저곳을 살피며 앞서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장날의 코스였던 그 닭 집 앞에 먼저 다다랐을 때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특이한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파는 대부분의 개들은 잡종이었고 고양이들은 코숏이 전부였는데 그날 발견한 고양이는 회색 털에 노란 눈을 가진 고양이었습니다.
그리고 크기도 적당해서 성묘가 안된 고양이가 분명했습니다.
그 녀석이 저를 애처롭게 보면서 야옹야옹 하는데 그 닭장 속에 갇힌 고양이를 구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마누라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고양이를 좋아했고 또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저는 그때마다 나이 들고 개나 고양이가 뛰놀 공간이라도 있는 곳에서 길러야 하지 않겠냐며 만류를 하였습니다.
더구나 고양이라면 치를 떠는 시어머니의 큰 장벽 앞에서 제가 굳이 말리지 않아도 스스로 좌절해버리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하는데 제가 말리지 않아도 스스로 좌절하는 아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러웠는데 그 고양이를 보고 나니 어머니에게도 설득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그 고양이가 있는 곳까지 어머니를 모셔다가 고양이를 보도록 했습니다.
어머니도 그 고양이를 보면서 보통의 혈통 없는 고양이는 아닌 것 같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셨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저는 어머니 설득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고양이는 비싼 고양이 같은데 저런데 어쩌다가 잡혀온 것 같다고 말을 건네기 시작하면서 그 고양이를 사다가 기르면 안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우리 어머니께서는 단칼에 안 된다고 잘라 말해 버렸습니다.
물론 저는 어머니가 그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100만원의 돈을 지출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돈 100만원을 안 쓰게 해줄테니 고양이 기르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단도직입으로 요구를 했습니다.
으레 나이 드신 분들은 돈에 약하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자기 돈 100만원이 굳게 생겼는데 허락을 안 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어머니와 합의를 보고 당장 형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100만원 써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걱정을 태산같이 하니 여윳돈이 있으면 나와 50만원씩 보태서 해결해주자고 했습니다.
평상시 어머니를 제가 모시는 탓에 형은 늘 미안한 마음을 먹고 있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없이 그러자고 해서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고 5일 후가 되면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마누라님은 생각지도 않게 고양이를 기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 능력 있는 남편 덕에 꿈을 이룬 사람처럼 마냥 들뜨고 행복해하며 고양이에게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놓고 다음 장날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 냥이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