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우마베이

by 솔트앤선

하나우마베이(Hanauma bay)! 하와이의 가장 아름다운 해양 생태계를 품고 있는 바다!

이곳에 가려면 보통 2일 전 새벽 7시에 부지런히 예약 버튼을 눌러야 한다. 새벽 일찍부터 경쟁이 치열하고, 게다가 원하는 시간대가 아니라면 또다시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하와이 거주민은 예약 없이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무료입장을 할 수 있다.


하와이에서 지내는 내게 특전이 주어졌다. 어학원에서 발급해 준 학생증이 하와이 거주민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하와이에서 한 달 살기를 결심한 순간, 나는 단순한 여행객이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관광객 입장료 25달러를 아낄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곳에 터전을 두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묘한 감정과 뿌듯함이 함께 올라왔다.


하나우마 베이는 오아후 섬 남동쪽 해안가에 자리한다. 3만 5천 년 전, 화산 폭발로 생겨난 커다란 분화구가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부드럽게 굴곡진 만이다. 이 곡선 안쪽으로 푸른 바다가 가득 채워지면서,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스노클링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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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해양생물 보호구역이다. 그래서 입장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생태 안전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보통 관광지라면 표를 끊고 바로 들어가면 끝이지만, 이곳에서는 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현장 가이드의 주의를 들어야 만한다.


먼저 영상 교육관에 입장하여 영상을 시청하는데, 하나우마 베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하나우마’라는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지, 원주민들이 과거 이곳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단순히 깨끗한 바닷물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는 장소가 아닌, 하와이 문화와 역사,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소중한 공간임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원주민들이 예전에 이곳을 어떻게 불렀고, 왕족만이 어업을 할 수 있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고기를 잡았는지, 20세기 중반까지는 군사기지로 사용되기도 했고, 이후 개발 압력 속에서 1967년 하와이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것까지. 이러한 것들을 알면, 눈앞에 펼쳐진 한 장면도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무언가를 알아가게 되면 삶은 더 풍성해진다. 그리고 그곳과 더 친밀해진다.


영상 교육이 끝나고 현장 가이드의 주의를 듣게 된다.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수영을 하다 일어서지 마세요, 산호를 밟지 마세요. 수영 실력이 훌륭하지 않다면 들어가지 마세요.’, ‘자외선 차단제는 반드시 산호초 보호 인증(Reef Safe)을 받은 제품만 사용해야 합니다.’와 같은 이야기들. 누군가에게는 잔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기본 수칙소개가 이곳의 자연 생태계를 오래도록 지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하와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 교육이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이 교육시간이 참 좋았다.

단순히 ‘깨끗한 물에서 물고기를 보며 스노클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들어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곳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나우마 베이의 바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곳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해변가에 위치한 ‘해양생물 인포메이션’이다.

내가 바다에서 본 물고기가, 산호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노란 줄무늬가 있었어요. 그리고 입이 뾰족했어요.”

내가 본 물고기를 설명하면 척하면 척! 하고 물고기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친구 맞죠? 이 친구는 후무후무라고 해요. 하와이를 대표하는 물고기인데 후무후무누쿠누쿠아푸아아(Humuhumunukunukuāpuaʻa)라고 줄여서 후무후무! 트리거피시(Triggerfish)라고도 알려져 있죠. 물속에서 돼지소리를 낸답니다. 다음번 물에서 만나면 진짜 돼지 소리를 내는지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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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았다. 함께 공부하고 지켜 나아가기 위한 길.


하와이 바다에는 400종이 넘는 열대어가 있다고 한다.

노란색 외과의사고기 옐로탱,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로 유명해진 블루탱, 무어리쉬 아이돌. 파란색, 노란색, 검정색의 화려한 물고기들이 바로 눈앞에서 헤엄친다. 특히 물이 얕은 간조 때에는 산호지대가 더욱 도드라져, 마치 대형 수족관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발이나 무릎, 배가 산호에 닿아 다칠까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물고기와 산호가 가까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내가 유영하는 공간과 그들이 헤엄치는 공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바다가 주는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바다에 몸을 띄운 채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치다 보면, 내가 바다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파도에 따라 들썩이는 내 몸, 빛에 따라 움직이는 물고기들의 반짝임, 바닷속 산호가 이뤄내는 기묘한 풍경. 이 모든 순간이 어떤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제 나는 어느 바다에서나 이곳에서 배운 것-바다를 보존하고, 바다에 깃든 역사를 잊지 않는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내 삶의 뿌리가 되어줄 것이다.


나는 수면 위에서 가만히 떠 있으면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경이로운 바다를 감상했다.

하와이에서 배운 것은 영어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하와이에서, 그리고 이 바다에서, 삶을 배웠다.


나는 이제 단순히 관광객이 아니다.

하와이 한 달 살기.

학생증 하나로 관광객이 아닌 ‘거주민’으로 인정받았던 순간,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이곳에서의 ‘삶’을 배우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하나우마 베이는 단순한 해변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 되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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