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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담 May 05. 2022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법

진짜 내 일을 하고싶을 때 써먹기 좋은 방법


"할말 다 하려면 일단 자기 것을 잘 해야해, 하고 싶은 일을 할때도 마찬가지야."


첫 이직 후 만났던 선임이 했던 이야기 입니다. 실제로 그녀는 다른 사람에 비해 사내에서 '할말 다 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물론 실력도 매운 좋은 분이었습니다. 저는 왜인지 저 한마디가 너무나 마음에 꽂혔습니다. '나도 내 것을 잘해서 할말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녹록치 않았습니다. 내 것 좀 해볼까 하면 이 팀 일이, 또 다시 시작해 볼까 하면 저팀 일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끝나고 새로 시작하려 하면 이번엔 신사업 이슈랍니다. 이 처럼 내가 사방에서 물 밀듯 들어오는 일에 치이고 있을 때 즈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 업의 정체성이 흔들리며 내가 이렇게 계속 시간을 보내기만 해도 될까 생각이 듭니다. 사람 때문도 아니고, 특별히 연봉이나, 회사 이슈 때문도 아니고. 이렇게 일에 대한 불안감과 정체성 혼란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랬던 사례였고요.


저는 일에 대한 정체성과 이직에 대한 고민을 1년도 넘게 해온 결과 '일'이나 '회사'의 문제가 아닌 일을 진행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편리할 수 있는 이 방식이 적어도 저에게는 더이상 잘 맞지 않는 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은 지속적으로 변합니다. 1-2년전만해도 편해서 좋았던 방식이 몇 달 새 맞지 않아 지기도 합니다. 사춘기 시절 어제, 그제 맞던 운동화가 오늘 갑자기 불편하게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기존에 제가 일하는 방식은 상명하복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보수적인 조직은 아니었으나 위에서 결정된 내용이 각 팀에 뿌려지면 그와 관련된 실행안을 준비하여 진행하는 방식으로 흘러갔습니다. 어쩌면 많은 생각 할 필요없이 실행만 하면 되는 방식이기에 그것이 더 편한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앞단을 기획하거나, 배경을 살피지 않아도 되니 비교적 해야할 일이 심플하죠.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유의지'의 결핍이었습니다. 9년을 꽉 채우고 이제 10년차로 들어서니 일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영역이 바로 '자유의지'였음을 깨닫게 된 것이죠.


'자유의지'는 간단히 말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일을 하며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영문 모르는 일을 실행해야 할 때'입니다. 똑같이 업무량 100%을 하더라도 스스로 계획한 일을 할 때와 갑자기 치고들어온 일이나 타인이 기획한 일의 일부를 맡아 할 때의 피로감, 스트레스 지수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나의 '자유의지'가 얼마나 존중되는지의 차이일 것입니다. 특히 연차가 높아질 수록 이 자유의지가 일에 있어 정말 중요한 축이 됩니다. 실제로 더 높은 성과나 일의 효율을 위해 그래야 하기도 하고요. 


운이 좋게도 이 자유의지에 대한 갈망을 깨닫고 난 후 '어떻게 하면 내 맘대로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아직 진두지휘 하기에는 연차가 그리 높은 편도 아니고, 팀을 거느린 리더도 아닌데, 어떻게 하면 내 자유의지를 기반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일의 키우자"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키우자는 결심 이후 파편적인 일보다는 큰 덩어리의 일을 기획하는 데에 조금더 초점을 맞춰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래 두가지 방법으로 일키우기를 실행해 나갔습니다. 


1. 과제 설정하기

: 과제가 내려지기 전에 지금 회사가 안고있는, 혹은 내가 맡은 업무중 멈춰 있거나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부분을 찾아 스스로 과제를 설정합니다.  누군가에게 지적받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스스로 과제 설정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드립니다. 스스로 나의 과제를 찾는 것이 일키우기, 그리고 주도적으로 일하기의 첫번째 단계였습니다.


2. 제안서 던지기

: 사회 초년생 에이전시를 다니던 시기에는 제안서를 수 없이 쓰곤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안서 작성에 이제 막 감을 잡아가려던 3년 반의 경력에서 인하우스로 이직을 한 것이었습니다. 제안서 작성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능력이지만 3.5년의 경력 수준에서 멈춘 것이 스스로 늘 불안한 부분이자 발전 시키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해서 연습도 할 겸 위 1번에서 발견한 과제를 주제삼아 짧지만 제안서 형식으로 기획안을 작성해 나갔습니다.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 시간적 여유가 조금이나마 있을 때 정리해 팀장님께 메신저로 보내드렸습니다. 제안서가 형편없다면 피드백 받길 기대했고, 괜찮은 아이디어라면 실제 전략에 반영되길 희망했습니다. 


제안서를 만들고 전달할때는 과제와, 과제에 대한 배경 또는 원인,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 일에 대한 순서와 예상되는 장소, 발생밸류 등을 상세히 적어 전달했습니다. 제안서로 일을 제안하게 되면 일의 시작과 끝을 제안자인 '나'의 기준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됩니다. 


위 두가지를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의 주도권을 갖는 느낌을 조금씩 더 많이 가질 수 이었습니다. 물론 소리소문 없이 킬된 아이디어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중 디벨롭된 아이디어를 통해 프로젝트 단위로 일할 수 있었고 업무의 주인이 되어 메인으로 리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타인이 기획한 일도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스스로 일을 만들어 할 때 처럼 배경과 원인에 대해 묻고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하는 지 묻습니다. 해야 하는 일에 스스로 납득이 갈때 더 힘차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기획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다른 동료들과 협동하여 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어떤 목표로 무엇을 하고 있고,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추후 어떻게 전개되 나갈 것인지 상세히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제안자의 역할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에는 협력자 모두가 모여 배경과 과제, 할일과 목표, 이후 팔로업 되어야 하는 부분까지 각자의 시각에서 충분히 논의 되고 설명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꼭 랩업자료를 만들고 함께 일한 동료들과 랩업미팅을 진행합니다. 처음 기획을 기준으로 우리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공유함으로써 다시한번 동기를 부여하고 일에 대한 보람, 각자의 역할에 대한 기여도를 확인 시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역할이 프로젝트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 추후에도 조금더 주도적으로 움질 일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주도적으로 가지고 일하는 것, 일을 자꾸 키우는 것. 그거 다 결국 일을 더 많이 하는 거잖아. 지금도 할일이 태산인데 나는 더 못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니 생각과 달랐습니다. 일을 조금 더 키우려 노력해보니 꼭 물리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되는 것은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안을 하고 나면 실행할 수 있는 인력이 추가 됩니다. 나누어 할수 있도록 지원됩니다. 예산이 지원되고 자잘한 변수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기에 흔히말하는 '쿠사리',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경우도 줄어듭니다.  더 규모있는 일을 이끌다 보면 업무 우선순위에서 가장 아래 있는 업무는 자연스럽게 어딘가로 이양되거나 소멸됩니다. 대행사에 조금더 역할을 부여하거나, 진행하는 프로젝트 내에 포함을 하는 등 나름의 '꼼수'도 생깁니다. 


지난번 보았던 브랜딩 강의에서 들은 이야기 생각납니다. "내가 그냥 사원이 아니고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뭘 해보고 싶을까 상상해보세요". 가끔 우리는 아이디어를 낼 때 '아 어차피 실행 안될건데 애초에 감정낭비 시간낭비 하지말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 대신에 '일단 막던져 보자, 구린 아이디어는 알아서 킬해줄건데, 10개 던져서 일년에 1-2개만 성공시켜도 나한테는 이득이다, 회사 돈으로 해보고싶은거 다해보자'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그런 생각으로 자꾸 제안합니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봤다고 말합니다. 이런 쪽은 어떻겠냐 제안해봅니다. 아님 말고지 혼날일은 아니니까요. 분명 10개 제안하면 하나는 먹힙니다.


이렇게 일을 하다보면 드랍된 아이디어에 대한 좌절은 생각나지 않고 성공시킨 일에 대해서만 기억이 또렸해집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또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줍니다. 내가 하고있는 일과 그 일의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중간에 나를 공격하는 일들을 보다 수월하게 조율할 수 있기도 합니다. 다만 내가 너무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그리고 회사의 다른일이 치고 들어오는 등의 변수를 생각해 적당한 양으로만 목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분기별로 하나만 색다르게 시도해보자", "오프라인이나 대면프로젝트 같이 공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일년에 하나만 기획해보자"와 같이요.  


사실 이렇게 일을 하게 된지 겨우 2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작년 4월 즈음 "자잘한거 수십가지 하는 것보다 기억에 남는 하나를 터뜨리는게 훨씬 중요해"라는 어느 상사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변화였기도 합니다. "그렇단말이지! 내가 지금 하는게 얼만데, 그럼 그렇게 한번 해보겠어"하며 오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에 시작된 변화가 스스로에게 참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어습니다. 


남이 싼 똥치우기에 진절머리가 났다면, 내 업무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면, 너무 자잘한 업무로 시간을 채우고 있어 지루함이 느껴진다면, 사사건건 업무에 간섭받는 것이 지겨운 분이라면, 마지막으로 업무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기가 찾아오면 꼭 '일 키우기'를 시도해보세요. 생각보다 많이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런 나의 노력이 내가 다니는 이 조직에 수용이 되는지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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